[기자회견] 박형준 신임 부산시장 탈핵 촉구 기자회견

2021년 4월 13일 | 보도자료/성명서, 활동소식

[박형준 신임 부산시장 탈핵 촉구 기자회견문]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 위험 도시가 아닌, 탈핵도시 부산을 원한다.”

지난 4.7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결과, 부산시장으로 국민의힘 박형준후보가 당선되었다. 부산시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박형준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 때문일 수도 있고 국민의힘에 대한 기대일 수도 있다. 박당선인이 당선 소감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시민들의 선택이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며, 오만과 독선에 빠지면 언제든지 무서운 심판의 민심이 향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시민을 위한 시정을 이끌어 가길 바란다.
하지만 코로나 19대응을 비롯한 각종 민생현안을 책임지고 부산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핵발전을 찬성하고 옹호해 온 정당이고 박형준 시장 역시 선거 기간 내내 각종 토론회와 발언에서 핵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핵발전을 옹호하는 박시장의 기존 입장 철회와 탈핵 촉구에 앞서 몇 가지 짚고자 한다.

박시장은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원전 사고로 쓰리마일이나 후쿠시마에선 인명 피해가 한 명도 없었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는 1만 6000여명이었고 이중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관련 사망자는 현재까지 3500여명으로 밝혀졌다. 핵발전소 폭파 당시 방사능 피폭으로 급사한 사람이 없다는 것뿐, 지속적인 방사능 피폭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수습, 제염작업에 투입된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고 앞으로도 긴 시간에 걸쳐 지속될 것이다.

또 박시장은 “우리나라 원전들은 전부 후쿠시마형 원전이 아니고, 그 안전성에 있어서 세계 최고”라며, “피해의식을 조성하고 공포감 조성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는 노형의 문제가 아니라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부터 핵발전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국의 핵발전소 역시 후쿠시마 이후에야 지진, 쓰나미 발생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안전기준을 강화하였으니, 이전에는 대규모 자연재해에 절대적으로 안전한 상황이 아니었다. 후쿠시마핵발전소는 대부분 노후하였고 다수호기가 연달아 폭발했다. 노후핵발전소인데다가 후쿠시마보다 더 많이 밀집되어 있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의 수까지 감안할 때 부산은 그야말로 핵위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핵발전 기술을 옹호할 게 아니라 만약에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사고를 상정하여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자의 자세일 것이다.

끝으로 박시장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핵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는데 이 역시 옳지 않다. 핵발전을 기후위기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핵발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원이라고 하지만, 핵발전의 주원료인 우라늄을 채굴하는 데서부터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핵폐기물을 처분하는 데까지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물론 그 양이 석탄화력발전소보다는 현저히 적지만 풍력, 태양광,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보다는 높다. 재생에너지 발전원들 역시 자연을 훼손하고 지역주민들의 수용성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산을 뒤덮은 태양광이나 주민들의 어업생존권과 바다생물들을 위협하는 해상풍력에도 분명 문제는 있다. 하지만 그래서 재생에너지 발전은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차별과 파괴를 줄일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개발토건사업들을 진행하면서 기후위기 때문에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 기후위기가 그렇게 걱정된다면 가덕신공항을 비롯해 지금 부산시가 추진 중이거나 추진하려고 하는 대규모 개발토건 사업부터 멈추는 것이 맞다. 기후위기의 대안은 핵발전이 아니라 탈성장과 탈토건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부산은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 도시이자,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핵발전소를 가동해온 도시다. 부산시민들이 안전과 생명,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바람과 의지로 고리 1호기 폐쇄를 이루어낸 곳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리 2호기를 비롯한 노후핵발전소 폐쇄 문제, 신규핵발전소 건설 문제, 위험한 핵폐기물 문제 등 핵발전의 위험과 부정의가 부산시민의 안전과 삶을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안전한 처분방법을 찾지 못한 핵폐기물은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면서 대책 없이 쌓여가고 있다. 이렇듯 핵발전은 더 나은 미래가 아니라, 더 많은 위험을 현재와 미래에 전가한다. 1년 2개월밖에 되지 않는 임기지만 이번 보궐선거의 결과가 내년에 있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탈핵, 에너지전환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삶의 양식과 시스템의 전환을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다. 정의로운 형태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대규모 송전방식이 아닌 지역 분산형 에너지시스템 구축, 에너지정의를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 계속 핵발전을 하자는 주장은 세계적 흐름에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오늘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방사성 물질을 법정 기준치 이하로 희석한 뒤 2년 후부터 폐로 완료 기한인 2041~2051년까지 나누어 배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바다는 국경이 없다. 아무리 법정기준치 이하라도 방사능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면 전세계 해양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다. 부산시장으로서 시민들의 안전과 어민들의 생존을 위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오염수 방류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대응이 필요한 때이다. 이렇듯 핵발전소사고는 지역, 국경, 세대를 넘는 위험과 공포로 남는다. 박시장은 후보시절, 탈핵부산시민연대의 정책요구에 대해 ‘핵발전이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하며 청정에너지원’이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부산시민들을 위해 이제라도 찬핵이 아닌, 탈핵의 길을 선택하기 바란다. 우리는 핵 위험 도시 부산이 아닌, 탈핵과 정의로운 전환의 도시를 원한다.

2021.4.13. 탈핵부산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