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기고문 : 을숙도 명지대교 건설을 반대한다

2011년 11월 26일 | 보도자료/성명서




낙동강하구가 개발과 보전이라는 논리 앞에서 다시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부산시가 명지대교 건설계획을 강행하면서 지난해부터 반대하는 시민환경단체와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는 낙동강하구에 대한 보전의 요구가 강해지자 한편으로는 낙동강하구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전의 의무를 선언하면서, 그 이면에서는 개발에 대한 욕구를 강력히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부산시의 이중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명지대교 건설 계획이다. 부산시는 환경친화적인 다리를 건설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산시가 계획하고 있는 위치에 건설될 경우 낙동강하구의 핵심인 을숙도를 완전히 파괴하게 될 것이다. 한세대의 이익이나 지자체의 개발 욕구만으로 평가가 되어서는 안될 국가의 자연유산이 지자체의 현실 판단하에 자연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하는 다리건설을 규정하고 계획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까지 오게 되었는지 우선 낙동강하구의 국가적 가치를 알아보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현황을 살펴보면서 명지대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신이 내려준 축복의 땅! 낙동강하구
낙동강하구는 여러 사주와 조간대가 넓게 발달한 기수습지가 어우러져, 간조 때는 갯벌을 이루고 만조 때는 하구를 이뤄 독특한 장관을 연출하며, 이러한 지형적 특성은 강과 바다라는 상이한 생태계를 연결해주는 완충지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육지의 영양염을 바다로 전달, 연안지역의 생태적 생산력을 좌우하는 젖줄로 번식 및 산란·서식지로서, 또한 먹이공급처로서의 기능을 가진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이다. 이것을 토대로 낙동강하구는 대양을 오가는 철새(도요·물떼새, 두루미류)의 중요 기착지이자, 겨울새(기러기류, 오리류)의 월동지와 여름새의 번식지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올 수 있었다.
그래서 일찍이 낙동강하구는 ‘신이 내린 축복의 땅’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불리웠으며, 지금도 이곳을 찾는 세계적 습지전문가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곳이다.
현재 국가에 의해 문화재 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9호)과 자연생태계보호구역등 5개의 법으로 엄격히 보호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낙동강보전의 기수, 문화재법의 의의와 현황
낙동강하구에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보호법을 위시하여, 습지보전법, 자연환경보전법 등의 규정과 절차를 지켜야하며, 도로법, 도시계획법, 행정절차법, 환경영향평가법, 공유수면관리법 등을 모두 거쳐야한다. 이중 가장 엄격히 보전의 의무를 명시한 문화재법은 어떠한 인위적인 변경도 불허하고 있으며, 반드시 문화재위원의 심의를 거쳐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보전 의지를 역력히 보여주는 이러한 다중의 번거로운 규제와 법들은 낙동강하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개발 욕구에 밀려 너무나 많은 지역이 파괴되고 있다.
전세계적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된 낙동강 하구둑은 강의 생태계를 과거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해버렸으며, 지금도 강의 호소화로 인한 부영양화와 중금속 축적 등으로 부산연안 오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낙동강하구둑을 시작으로 을숙도는 압축쓰레기매립장, 분뇨처리장으로 철저히 파괴되었고, 지금도 낙동강하구 일대는 명지주거단지의 고층화와 신호·녹산공단, 신항만 건설 등의 대규모 개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문화재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부산시의 보전을 위한 노력보다는 대형 개발사업 확장을 부추겼고, 급기야 명지대교 건설이라는 환경파괴적인 계획을 ‘친환경적인 다리’라고 포장하고 추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끊임없는 개발과 보전의 반목
낙동강하구 을숙도의 명지대교 건설계획은 부산시의 연안을 일직선화하는 해안순환도로계획의 일부로서 부산 도심지와 낙동강하구 일원에서 진행중인 명지주거단지, 신호 및 녹산 공단, 가덕 신항만을 연계하기 위해 계획되었다. 총길이 4.8km, 폭 35m, 총공사비 3,800억원의 대규모 민자유치 사업으로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핵심지역인 을숙도 남단을 가로지르도록 되어 있다.
이미 지난 ’96년에서 ’97년 사이에 문화재청과 협의가 진행되었으나 을숙도 남단의 생태적 중요성과 이에 미치는 다리의 파괴적 결과가 우려되어 결렬되었었다. 이후 부산시는 명지대교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낙동강하구일원 환경관리기본계획 용역을 실시하여, 마무리 단계인 2000년에 낙동강하구 보전 발표를 시작으로 명지대교 추
진을 위해 환경단체의 설득작업을 시작하였으며, 2001년 1월에 명지대교 건설 추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개발을 전제로 만들어진 『낙동강하구 일원 환경관리기본계획』은 부산시의 개발계획을 위한 용역에 불과하여, 을숙도 생태공원의 핵심보전지구(어떠한 인위적인 개입도 금지) 내에 명지대교를 배치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러한 낙동강하구에 대한 부산시의 이중적 태도는 낙동강하구의 가치에 대한 관점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명지대교 건설계획 실시여부는 차후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보전과 미래의 위상을 정립함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부산녹색연합, 습지와새들의친구, 한살림 부산공동체 등의 전국 58개 단체로 구성된 『을숙도 명지대교 건설저지를 위한 시민연대』는 낙동강하구 일원에서 벌어지는 개발위주의 사업들이 낙동강하구의 가치를 보전하는 조화로운 정책으로 전환하기를 바라며, 그 시작으로 현재의 명지대교 노선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결국 부산시는 2001년 3월에 문화재청의 심의를 요청하였으나, 을숙도 남단을 파괴하지 않는 다른 방안을 찾아 제출하라는 권고와 함께 유보되었다.

명지대교를 반대하는 이유

습지생태계 파괴는 생명경시 풍조를 낳을 수 있다.
한반도에 도래하는 대부분의 고니류는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있으며(고니의 전세계 개체의 8∼11%), 쇠제비갈매기와 흰물떼새의 국내 최대 집단 번식지이다. 전세계 개체의 1% 이상 도래하는 조류가 13종, 한국의 멸종위기종 11종, 보호종 29종이 도래하고 있으며, 16종은 IUCN의 적색자료의 범주에 속하는 종과 준위협종이다.
이것은 낙동강하구가 인간뿐만 아니라 조류에게도 중요한 삶터로서 이들을 생존하게 해주는 무수한 생물이 인드라망을 이루고 있음을 뜻한다. 갯벌에 기하학적 그림을 그리는 민챙이, 작은 집게발을 동시에 들어 집단 춤을 추는 엽랑게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체들이 있기에 건강한, 살아있는 하구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명지대교 건설은 공사 중 소음공해, 공사폐기물·유류유입·토사유출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 퇴적작용으로 인한 해안선의 변형 등으로 을숙도의 직접적 파괴를 가져오며, 공사 후에도 대기오염과 소음공해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주변 생태계의 교란을 유발할 것이다. 이러한 을숙도의 파괴는 낙동강하구 일원의 최대 조류 서식처를 파괴하므로서 이곳을 찾는 조류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며, 특히 한국 최대의 고니류 서식처 상실로 이어져 고니류의 서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개발을 내세우며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킬 권리가 있는가?

시민의 휴식공간 상실
낙동강하구와 을숙도는 인근의 몰운대, 다대포해수욕장과 함께 도심지에서 쉽게 접근하여 다양한 자연생태를 체험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부산시민을 위한 현장학습장이자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명지대교를 계획하고 있는 을숙도 남단은 낙동강하구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으로 부산의 상징이다. 고니를 지척에 두고 울음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으며, 다리가 통과하게 될 물위로는 1천이 넘는 가마우지가 무리지어 먹이를 찾거나 날개를 말리는 장면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부산시의 계획처럼 다대포는 매립되어 위락단지가 되고, 을숙도는 거대한 다리가 가로지르게 되면 어떤 모습이 되겠는가?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 친환경적인 다리라는 주장은 결코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

해안순환도로의 무모성과 난개발 조장
부산의 명지대교를 비롯하여 제주에서 강화까지 전국의 연안이 해안순환도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 지방자치장의 공약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해안순환도로는 자동차위주의 개발로서 인근의 난개발을 조장하고, 생태계 및 자연환경 파괴와 생태계 단절을 초래할 것이다.
부산의 명지대교도 마찬가지다. 광안대로, 남항대교, 북항대교에 이어 명지대교로 이어지는 부산의 해안순환도로는 이미 엄청난 예산과 효용성에 있어서 비판받고 있으며, 지역언론에서조차 ‘구름잡기식 개발’로 비난받고 있다. 그래서 해안순환도로 건설사업은 계속 연기되고 있으며, 일부구간은 건설조차 불명확한 상황에서, 명지대교 건설계획만은 부산시의 장기계획에 의해 민자유치사업으로 강행되고 있다. 그러나 공사기간이 최소 10년(부산시의 원래 계획은 5년이나, 실제로 철새도래기간을 고려하면 10년 이상이 예상됨)을 요구해서 물류 이동 및 관광을 목적으로 건설되는 자동차 중심의 도로는 현재의 교통난을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을 요하며, 일반 시민을 위한 대중교통방안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시민부담가중
부산시의 예상하는 공사비는 3,800억원으로 부속도로 등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시의 예산은 예산대로 퍼붓고, 민자유치를 해야만 공사가 가능하다. 민자유치는 결국 현재 1,500원으로 예상되는 통행료를 징수하게 되어 고스란히 시민이 짊어져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황이 열악한 상황에
서 시민의 부담만 가중시키며 막대한 경비가 소요되는 비경제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생태계 보호와 조속한 교통문제해결을 위해 현재의 명지대교를 하구둑 인접 다리로 바꾸자.
녹산공단과 시 관계자들은 “현재의 하구둑 구간을 통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노동자를 제대로 구하질 못하며 물류비의 부담이 어마어마하다”고 명지대교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 호소가 진정이라면 지금 시급한 것은 한시라도 빨리 교량을 건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시민의 부담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낙동강하구의 가치를 살리면서 교통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고 비용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하구둑에 붙여 다리를 세우기를 제안하고 있다. 하구둑에 붙여 다리를 놓으면 다리 길이는 5000m에서 1/10 수준인 10m로 줄어들게 되어, 10년은 걸려야 세울 다리를(부산시는 원래 5년을 잡았으나 철새도래시기를 고려하기로 하여 자연히 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3, 4년이면 세울 수 있으며 수천억 건설 경비 또한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중교통의 중심이 되는 하단과의 연계성도 좋다.

낙동강하구는 많은 부분이 훼손되고 파괴되어 육지부는 자연형을 거의 잃었으며, 시민들의 가슴속에서 잊혀져가고 있으나 지금도 국제적 중요 습지로서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소중한 습지로 새들과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고 있는 살아있는 생태계이다. 여태까지 낙동강하구의 파괴를 방치한 우리세대의 무관심을 반성하며 이제 남은 지역만이라도 보전하고 강을 살리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우리의 최소한의 의무일 것이다. 부산시도 그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연초에 낙동강하구보전선언식에서 “남아있는 낙동강하구 만이라도 최선을 다해 지키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낙동강하구보전의 약속을 미루거나 거래의 대상으로 이용하지 말고 낙동강하구의 상징인 을숙도가 시민의 가슴속에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하도록 부산시와 정부는 책임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과거 개발지향의 정책의 전형이 된 낙동강하구가 사람과 생명이 조화로이 어울리는 환경정책의 전환점으로 되살아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