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부산의 해안경관

2001년 1월 5일 | 보도자료/성명서

안타까운 부산의 해안경관

배를 타고 오륙도를 거쳐 부산항에 한번이라도 들어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물이 났을지도 모른다. 새삼 오륙도가 반가워서가 아니다. 섬을 병풍처럼 둘러친 그 회색 무취한 거대한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 때문이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오륙도가 왜 부산의 상징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섬은 초라해 보인다. 자연이 문명 앞에서 그렇게 왜소해 보이기도 드문 일이다. 이렇게 우리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의 첫 관문에서부터 해안을 망쳐 놓았다. 어쩌면 그것도 부산의 가장 상징적 존재를…. 그런데 작금 또 다른 실패의 음모들이 부산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인간은 정말 과거로부터 눈곱만한 교훈이라도 얻을 수 없는 존재란 말인가?부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해안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안경관 자체가 하나의 엄청난 자산이다. 시민들에게는 휴식처를 제공하고 전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중요한 수입 창출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자원을 야금야금 갉아먹어가고 있다. 오륙도에서 그러했고 수영만에서도 공룡 같은 빌딩들로 온 하늘을 채웠으며 다대포에서는 해수욕장을 병풍쳐 주던 푸르던 언덕을 무색무취한 아파트로 가득 채워 갉아먹었고 그리고 이제 용호만에서 74층 오피스텔로 그 화룡점정을 찍으려 한다.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해운대와 광안리에서도 똑같은 일이 목하 진행 중이다. 다 갉아먹어버리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 일부 몇몇 관련 당사자들의 당장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전 시민과 그 후손이 함께 나눠 가져야 할 환경 자산, 황금 달걀을 낳는 거위를 잡아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우리 부산의 미래가 갉아먹히고 있는 것이다.땅이 부족한 부산에서 일부 공유수면을 매립해 이용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시민의 공동 재산인 공유 수면 매립에는 분명한 원칙과 합리적 이용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 혜택이 전 시민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어야 하며 충분한 교통 대책과 녹지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부산시는 그 계획을 내던져 버렸다. 개발업자의 손에 휘둘린 것이기나 한 듯 불요불급한 일을 마치 불가피한 일인 듯 벌여 놓고는 책임져야 할 시점에서 짐짓 못 본 척한다. 주민을 공연히 두 패로 갈라놓고 스스로 벌린 일을 오히려 공정한 심판관이라도 된 듯 판결하려 한다. 미래의 청사진과 비전은 없다. 불과 5년 전에 마련된 스카이라인 지침은 불쏘씨개로 써 버렸는지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해안경관 보존은 고사하고 용호만 공유수면 매립지의 경우 무슨 이유에선지 시가 개발업자에 헐값에 처분하더니 이제 지구단위계획 변경까지 해 주려 하며 난개발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것이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목초지는 자신의 가축만 생각하는 주인 의식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무책임하게 이용되어 결국은 황폐한 땅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개인의 이익은 분명한데 그 피해의 책임이 모두에게 분산될 때 나타난다. 물론 피해자는 시민 전체이다. 공유지는 목초지만이 아니다. 부산의 해안경관은 시민 전체가 누려야 할 훨씬 더 크고 가치 있는 공유지이다. 시민이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시민 각자가 자신이 살아가며 함께 누려야 할 경관에 대해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우리는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때가 늦은 후이다.

(남기성 대표 기고문 – 부산일보 1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