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부산시가 용호만 매립지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건립에 대한 건축심의를 승인한다고 한다. 25층 건물 11개 동으로 시작된 건축계획은 여러 논란을 거쳐 미심쩍은 국제공모를 마지막으로 69층 건물 4개동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용호만 매립지는 매립지의 3분의 2 이상을 ‘항만시설, 도로, 녹지, 하수처리장 관련시설’ 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2005년 시작하여 2009년 매립을 완료한 곳으로, 이후 2010년 4월에 25층 이하의 근린상업용지로 지구단위계획이 고시되었던 곳이었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곳을 사실상 주거용인 오피스텔을 넣어서 지구단위계획 고시를 한 뒤에 2010년 7월 당시 단독 입찰한 ㈜아에스동서에 예정가격에 불과 700여만 원 차이나는 997억에 낙찰을 했었다. 오피스텔 계획이 이미 되어있고 지금처럼 초고층의 조건이었으면 훨씬 더 비싼 값에 매각할 수 있었던 공공용지를 공개입찰을 가장한 특혜성 수의계약으로 거저 주다시피 한 것이었다.
우리 부산녹색연합은 일찍이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애초에 공유수면 매립에도 반대해왔을 뿐더러 매립 이후에도 원래의 매립 목적에 맞게 이용되도록 여러 차례 주장해 왔었다. 그러나 부산시는 논란 속에 매립된 용호만 앞바다를 어쩐 일인지 헐값에 동서IS에 매각했고 이윤추구가 목적인 사업자에게 매각된 이상 해안경관을 보호하고, 공공목적에 이용하고자하는 원래의 목적대로 개발되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무리였던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이후 주민제안 형태의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이어지면서 애초의 25층 이하라는 조건은 결국 국제공모라는 꼼수의 성격을 띤 방법까지 동원해 74층으로 다시 변경 신청되어 이제 69층 4개동으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나게 되는 것이다. 25층 이하의 근린상업용지가 불과 2년 반 만에 69층의 주거용 아파트로 변질되어 버린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용호 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천동과 광안리에서 진행 중인 초고층 아파트 건설 계획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부산시가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이런 시도를 저지할 별다른 명분이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무엇을 근거로 이런 초고층화 개발 시도를 주민 지역이기주의라고만 탓할 수 있단 말인가? 해안경관에 대한 부산시의 장기적 비전과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해안경관지침은 지키는 자만 바보가 되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미 53층 힐스테이트위브가 올라가는 달맞이 고개에서 시작하여 해운대 마린시티, 민락동, 광안리, 남천동 그리고 용호동까지 온 바다가 온통 회색 빛 아파트로 도배될 지경이다
이에 우리 부산녹색연합은 황폐해져가는 부산의 해안경관을 두고 볼 수 없어 다음과 같이 부산시에 강력히 요구하며 부산시민의 이름으로 적극 대처하고자 한다.
1. 동서IS가 헐값에 사들인 매립지는 원래는 부산시민의 용호만 이었다. 천문학적 매립지 개발 이익을 반드시 환수하여 부산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2.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고층건물들로 인해 망가져가는 부산의 해안경관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부산시는 해안경관의 비전을 시민 앞에 공개하고 작금의 무자비한 해안경관 파괴를 방조묵인 또는 조장하는 행정 책임자를 문책하라.
3. 더 이상 회색 빛 아파트로만 채워지는 해안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구단위계획의 존재의미를 늘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는 쓰레기같은 부산시의 행정을 버리고 후손들의 삶의 환경과 부산의 미래를 진실 되게 고민하는 올바른 정책 결정을 하기 바란다.
2012. 9. 27
(사) 부 산 녹 색 연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