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토) 3.1탈핵독립선언문

<독립이냐, 예속이냐? 공생이냐, 공멸이냐?>

 
아들아, 너는 내게 물었다.
“아버지, 제가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제서야 내가 답한다.
“걱정마라 아들아, 너는 살아갈 수 없단다. 너의 아들은 살아갈 수 없단다. 마음대로 살거라. 앞으로 니가 저지를 어떤 실수도, 어떤 실패도, 어떤 죄악도 아무것이 아닌 날이 올 테니 네 마음대로 살거라.
 
너는 내게 물었다.
“그럼 희망이란 없는 건가요?”
“희망이 무엇이냐? 희망이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이냐? 희망이란 과연 어떤 환상인 것이냐? 너는 오직 절망만을 받아들여라. 절망과 벗하고, 절망을 살아라. 그것만이 니가 속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너는 내게 물었다.
“그렇다면 미래란 무엇인가요?”
“아들아, 미래란 ‘없다’는 말이다. 미래란 없는 것이다. 미래는 이미 지워져버렸단다. 이 아비가, 이 아비의 세대가 너의 미래를 갉아먹었단다. 미래는 이제 환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단다. 신화로서만 완성되는 것이란다. 오로지 지금 여기를 탕진하며 사는 길밖에 다른 길은 없단다.”
 
너는 내게 물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저를 사랑하기는 하시나요?”
“사랑이라니, 아들아, 사랑은 없단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거짓말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기만이며, 배신이다. 사랑은 너를 두 번 죽이는 짓이란다.”
 
그리고 너는 내게 물었다.
“아, 아버지는 저는 도대체 누구인가요?”
“너는 없다. 너는 없는 존재다. 너는 내가 갉아먹은 미래다. 너는 유령의 아들, 좀비의 자식이다. 너는 내가 낳아 내가 먹은 허깨비다.”
 
너는 내게 물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있는 건가요?”
“없다. 너도, 나도, 세계도 더 이상은 없다. 오로지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아니, 이제 죽음마저 사라질 공멸, 절멸만이 있을 뿐이다. 유황불로 타오를 저 허공만이 남을 뿐이다.
 
“아, 저를 낳아 저를 죽이신 아버지,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떻게’라는 말마저 사라질 테니 아들아, 아무 것도 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다 먹어치울테니.”
 
독립을 선언하지 말자, 예속을 선언하자!
공생공존을 선언하지 말자, 우리 솔직하게 공멸을 선언하자!
인간이라고 선언하지 말자, 괴물이라고 선언하자!
괴물을 키운 우리가, 괴물을 방치한 우리가 괴물이 아니라면 무엇이 괴물이란 말인가?
오지 않은 미래를, 제 자식을 갉아먹은 우리보다 더 무서운 괴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희망은 없다. 절망을 노래하자!
우리 자신을, 우리의 자식을 희생제물로 바친 마지막 광기의 카니발을 완성하자!
더 이상은 바람도 구름도, 햇살도 달빛도, 꽃도 나비도, 새도 짐승도, 너도 나도, 세계도 지구도 없을 테니, 절멸을 선언하자!
 
더 이상은 고등어 따위에 놀라는 호들갑을 떨지 마라!
스스로를 갉아 먹는 마지막 인류여, 마지막 괴물들아!
 
2014년 3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