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보고서 : 야생의 땅 연해주

2003년 1월 23일 | 활동소식

김원기 / 백두대간보전회장


  2002년 5월 20일 늦은 2시경 일행은 속초항에서 동춘훼리호에 몸을 실었다. 약 17 시간의 항해 끝에 이튿날 아침 러시아 자루비나 항에 도착했다. 항구 언저리에서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항만 건물 뒷산이 산불에 검게 그을린 모습이었는데, 그 순간 2000년 4월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산불 모습이 연상되어 러시아도 산불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주로 양서류, 파충류와 야생동물의 서식 환경 및 서식 실태를 관찰하였다. 그런데 4박 5일 동안 숙소인 비차즈 베이 부근에서는 양서류의 모습을 전혀 관찰할 수 없었다. 그 이유로는 지형적인 것과 시기적인 것으로 양서류의 번식기가 아니므로 관찰되지 않았던 것으로 사려된다. 이번 기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녁을 먹고 갖는 토론 시간이었다. 토론은 보통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각자가 보는 시각의 차이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러시아 인들 의 생활습관과 특히  최종인씨의 영상촬영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되어서 좋았다.

  첫째 날 가모브 등대와 주변 경관은 관광 코스로서는 너무나 환상적이었으며 구 소련 시절의 군사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것 또한 색다른 생태 체험이 되었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그 지역은 관공서에서 쓰레기 처리를 해 주지 않아 가모브 등대 주변에 생활 쓰레기가 방치된 것이 소련 붕괴 후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역시 나라가 부강하고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숙소인 비차즈 베이의 주민들은 우리나라와 식생활의 차이가 있어서 야생의 산 더덕을 캐먹지 않아, 마을 뒷산 전체에서 많은 개체 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날 보았던 해양 보호구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바다의 모습과 섬들과 해양 동물의 모습은 이번 러시아 생태 탐방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불과 백여 미터 전방에서  바다표범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특이한 점은 바다표범에게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고 도리어 사람을 구경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으며, 진정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하는 야생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었다.

  셋째날, 케드로바야파드 자연 보호구에서는 무당개구리와 까치 살모사를 볼 수 있었으며, 포유류의 배설물은 대륙 사슴과 오소리, 너구리가 있었고, 작은 돌 밑에는 산쥐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또한 반달가슴곰이 피나무에 서식하고 있던 목청(벌)을 이빨과 손을 이용하여 채취하여 먹은 흔적을 보기도 하였으며, 범(호랑이)의 흔적도 볼 수 있었다. 케드로바야파드 자연 보호구에서 얻은 수확은 핫산 지역에서 많이 서식하는 음나무(일명 개드릅 나무)에 대하여 러시아 학자는 상당히 중요한 나무라고 강조하였다. 우리 쪽에서는 내가 한국에도 있으며 한국에서는 음나무라고 한다라고 했으나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여 나는 귀국을 하여 가장 먼저 음나무 조사를 했는데 우리나라에는 잎의 모양이 별 모양인 것과 잎자루 가까이까지 깊이 패인 것 두 종류의 음나무가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 지역에는 많은 양의 가시오가피 나무가 서식하고 있었으며 초본류의 다양한 종들을 볼 수 있었다.

  넷째 날에 습지와 호수의 땅 핫산스키 자연 공원으로 이동하며 본 하천과 습지의 모습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였으며 과거로의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광활한 핫산스키 자연 공원에서 인간의 출현에 놀라서 도망가는 야생 동물들의 모습은 이곳이 자연 공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곳에서는 물두꺼비, 산개구리 등 많은 양서류를 볼 수 있었으며 구소련의 폐허가 된 군사 시설과 폐유로 인하여 훼손된 습지를 보며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다.

  다섯째 날에는 가모브 사슴 농장을 보았는데 사슴을 사육하고 있는 곳이지만 넓은 면적에서 자유로이 뛰놀며 살 수 있는 가모브 농장 안은 평화롭고 친환경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은 하천에서는 수달의 배설물에서 개구리로 추정되는 작은 뼈를 볼 수 있었으나, 내가 조사한 세 군데의 하천에서는 개구리나 가재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수달이 다 잡아먹어 버리지나 않았을까 하는 우려를 해 보았다. 또한 농장에서 죽은 사슴, 말 등 가축의 죽음을 쓰레기장에 그대로 방치하여 혹시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두 나라에서 공통으로 문제시되는 자연 보전의 천덕꾸러기 산불 예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산불은 자연 발생보다는 사람의 실수 또는 방화로 인하여 발생되는 사례가 더 많으며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며 산림을 산불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앞으로 백두대간보전회를 위시하여 모든 환경 단체 회원들과 함께 할 산불 예방 지침을 뇌리에 새겨 보았다.

  첫째로, 산불이 자연 환경에 미치는 영향 및 산불 조심을 주민들에게 홍보 및 교육한다.
  둘째로, 전 주민을 산불 감시원화 한다.
  셋째로, 입산시 화기 소지를 엄격히 금지한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홍보와 감시로 산불 발생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으로 위의 내용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핫산 지역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생활 쓰레기 처리 문제인데 지방 정부의 경제적인 문제로 아직 처리장 건설이 결정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었다. 러시아 핫산 지역에서는 산불과 생활 쓰레기 문제만 해결하면 자연 보호 구역이라는 명함에 걸맞은 이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