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한달째, 지율스님 눈물의 편지

2003년 3월 10일 | 활동소식

단식 한 달째, 지율스님 눈물의 편지



“말없는 천성산… … 살려주세요”




안녕하시지요? 천성산 내원사 지율입니다. 지금은 부산시청 앞에 와 있습니다.
누구한테 들으니 3월6일이면 밥 굶은 지 한달 째라고 하더군요. 그렇게나 날짜가 흘렀는지 몰랐어요.




어떤 사람은 “기네스북에 오를 거냐”며 놀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걱정이랍니다. 하지만 아직 저는 건강합니다. 의사선생님들도 아직은 괜찮데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지금이 정말 행복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모든 것이 그저 즐거울 따름이에요. 하지만 너무 힘들어, 고통스러워 울 때도 있어요. 정말 많이 울었어요. 배고픈 육체의 고통이 아니라 마음이 아파서 말이죠. 천성산을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납니다.

어느 날인가 풀숲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메뚜기 한 마리가 뛰어 올랐어요.
그때 메뚜기는 내게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듯 했어요. 그때부터였죠. 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천성산은 울고 있었어요. 아니 산 속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울고 있었어요. 그 소리를 듣고 어떻게 그냥 있을 수 있었겠어요. 내가 산이 되고 산이 내가 된 거죠. 그래서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땅을 파헤치고 가만히 두지 않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가 산을 아픔에 울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내가 산을 지키지 못하고 방관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다는 것을…. 그래서 참회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래서 매일 108배를 합니다. ‘내가 잘못 했구나, 정말 미안하다’ 하면서.

처음에는 혼자였어요.
어떤 사람은 “새정부가 다 해결해 줄 텐데 나서지 말라”고 훈계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약속을 지켜야 했어요. 산을 나오기 전에 우리 절에 버려진 올빼미 새끼를 놔주면서 약속했어요. 네가 커서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줄게. 이제는 혼자가 아니에요. 옛날 원효스님이 1000명의 제자들을 성인으로 만든 곳이 천성산이라죠. 제 곁에는 1000명의 성인들이 있습니다. 멀리 진도에서 달려온 스님에서부터 빈손으로 온 것을 미안해하며 어쩔 줄 모르는 할머니, 저를 보며 언제나 걱정해주는 많은 사람들. 여러분도 1000명의 성인이 돼주세요. 이 땅에 1000명의 성인들이 나타난다면 우리의 이기심 때문에 죽어가는 많은 생명들을 살리고 자연과 인간은 한 몸이 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