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를 기억하라! 불가역적 탈핵이행 촉구한다!

2020년 3월 11일 | 활동

<기자회견문>

 

후쿠시마를 기억하라! 불가역적 탈핵이행 촉구한다!

2011년 바로 오늘,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9년이 지났지만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다와 토양, 물과 대기는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제염작업이 마무리되었다는 후쿠시마에서는 여전히 강한 방사능 경고음이 울립니다. 일본정부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모조리 파괴한 후쿠시마 핵사고의 기억을 지우려합니다. 후쿠시마 부흥을 외치며 도쿄올림픽을 추진하려 합니다. 후쿠시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후쿠시마는 지난 9년간 핵발전이 인류의 생존과 삶을 파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후쿠시마를 기억하고, 후쿠시마가 보내느 메시지에 인류는 핵발전을 멈추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답해야 합니다.

한국은 지난 40여년을 답이 없는 핵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인류를 위협하는 핵발전을 가동해왔습니다. 후쿠시마의 경고, 지진이라는 현실적인 위협 앞에서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되고 문재인 정부는 탈핵시대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탈핵시대는 고리 1호기 영구정지에서 멈춰섰습니다. 신고리 5,6호기가 공론화라는 이름하에 건설재개되면서 60년뒤로 탈핵시대는 지연되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말하면서 타국으로 핵발전소를 수출하여 타국민의 목숨과 삶을 위협하는 모순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답이 없는 핵쓰레기에 대해서 재공론화를 통해 제대로 10만년의 책임을 논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재검토를 이끌어 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출범한 재검토위원회는 오로지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통해 핵발전 가동을 멈추지 않게 하는데에만 급급해있습니다. 총선시기가 다가오자 급기야는 탈핵을 선언한 적이 없다는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핵융합과학자를 영입하기까지 했습니다. 탈핵선언은 정치인, 관료, 산업계, 언론, 원자력전문가 등 소위 핵발전마피아들의 견고한 고리를 깨뜨리겠다는, 그래서 다시는 탈핵으로부터 후퇴하거나 역행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탈핵시대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하에서 탈핵에 대한 모순적인 행보, 그리고 후퇴와 역행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탈핵정책은 가역적이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불가역적 탈핵정책 이행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한국의 절반이상의 핵쓰레기를 떠안고 살아가야 했던 월성 주민들과 핵발전으로 인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려야 했던 주민들을 기억합니다. 핵발전소와 갑상선암의 연관성에 방사능 기준치만 운운하는 이들에게 ‘우리 몸이 그 증거다’라고 분노하며 외쳤던 주민들을 기억합니다. 송전탑을 따라가보니 그 끝에 핵발전소가 있었다며 탈핵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던 밀양할매할배들의 목소리는 지금도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핵발전소에서 목숨을 갉아먹어가며 피폭노동을 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작지만 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핵발전의 역사와 함께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고통의 목소리는 현세대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핵발전의 시대를 멈춰야 합니다. 이것이 후쿠시마 9주기가 주는 교훈이고 경고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온, 아니 인간이 순응해온 체제에 대해서 문제제기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체제는 무한이윤을 위해 무한경쟁과 과잉생산을 낳는 체제였습니다. 생산의 원동력이 된 연료는 석유와 석탄 등 자연에 대한 약탈과 추출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더불어 깨끗하고, 안전하고, 값싼 에너지라는 이름하에 핵발전이 지금의 체제와 공조하면서 핵마피아 권력을 공고히 해왔습니다. 탈핵과 기후위기 대응은 뗄레야 뗄 수 없이 묶여 있습니다. 체제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해결의 길을 열리지 않습니다. ‘미래가 없는데 공부가 무슨 소용이냐’며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미래세대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현재의 체제를 깨뜨려야만 가능합니다. 현세대가 만들고 순응해온 체제에 대해서 아니라고 말합시다. 미래세대와 함께 탈핵시대을 열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갑시다.

 

 

2020년 3월 11일

탈핵부산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