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농민에게 농업용수를, 새들에겐 모래톱을 허락하라!

2022년 2월 4일 | 보도자료/성명서, 생태계보전

낙동강 생태계가 되살아난다.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하라!

합천창녕보(이후 합천보)가 지난 12월 1일부터 개방되어 현재 완전 개방됐다. 그 결과 합천보 관리수위가 해발 10.5미터인데 해발 4.8미터까지 떨어졌고 전체로 낙동강 수위가 5.7미터 내려갔다. 이렇게 물이 빠지자 곳곳에 넓은 모래톱이 돌아오고 낙동강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 새들까지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합천보 개방 전 민물가마우지 1종만 주로 목격이 됐는데, 개방 이후 29일 달성보에서 합천보 사이 낙동강 조류조사에서 흰꼬리수리, 독수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민물가마우지, 흰죽지, 백로, 왜가리, 비오리, 물닭, 검은등할미새 이렇게 11종이나 목격됐다. 놀라운 변화다. 수위가 낮아지고 모래톱이 돌아오니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멸종위기종 1급 야생생물인 흰꼬리수리 한 쌍은 물고기를 사냥한 채 모래톱에 앉아 물고기를 먹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천연기념물 독수리 14마리는 모래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새들은 주로 모래톱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깊은 물을 선호하는 민물가마우지조차 모래톱에서 쉬면서 젖은 날개를 말리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 이처럼 모래톱은 새들에게는 중요한 공간이다. 사냥한 것들을 먹는 먹이터이자 휴식을 취하는 휴식처인 것이다.

이런 귀한 공간이 4대강사업으로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낙동강에서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다행히 이번 합천보의 완전 개방으로 모래톱이 돌아오자 다시 새들이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설을 지난 낙동강은 월동기를 보내고 번식지로 향하는 철새들의 북상경로로서 더욱 붐비게 될 것이다. 낙동강은 4대강사업 이전까지 한반도에서 중요한 철새들의 이동경로였다. 그러나 4대강사업 이후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낙동강에서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 철새들도 사라졌다. 때문에 이번 수문개방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4대강사업 이전의 철새이동경로서의 낙동강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환경부가 2월 3일부터 합천보의 수문을 닫으려 하고 있다. 단 두 달 수문을 열고 다시 닫겠다는 것이다. 절대로 아니 될 일이다.

본격적인 양수장 가동철인 5월 모내기철 전까지는 수문개방을 연장해야 한다. 즉 4월말까지는 수문개방을 연장해서 낙동강 모니터링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 수문개방의 이유인바 의미있는 모니터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달성군 관내 두 곳 양수장을 2월 중순경부터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수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월 중순부터 이곳 들판의 마늘 양파농사에 필요한 물을 대기 시작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안은 결과 수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 두 곳의 양수장 때문에 낙동강 모니터링을 위해서 어렵게 연 합천보의 수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단 두 곳의 양수장이 문제라면 비상급수시스템이라도 마련해서 물을 공급해주면 된다. 즉 4대강사업 당시 이명박 정부가 했듯이 대형 양수기를 동원해서 농민들이 농사에 필요한 물만큼 공급을 해주면 된다. 이런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해보고 수문을 다시 닫는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다.

이런 우리의 요구에 환경부는 수문개방을 일주일 연장한다는 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즉 2월 3일이 아니라 2월 11일부터 수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 연장으로는 안된다. 적어도 4월말까지는 수문개방을 연장해서 모니터링을 이어가야 한다.

멸종위기 1급종인 흰꼬리수리가 나타나고, 천연기념물 독수리가 모래톱에 쉬고 있고, 겨울철새들이 북상하고 있는 이때 수문을 다시 닫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애초에 환경부가 합천보의 수문을 연 목적에 맞게 낙동강의 생태환경 변화상을 더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서라도 수문개방 기간을 더 늘여야 한다. 단 두 곳 양수장은 비상급수시스템을 도입해서 해결하면 된다.

환경부는 멸종위기종들을 비롯한 겨울철새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부서다. 멸종위기종의 보호를 위해서 필요한 수단이 있으면 써야 한다. 따라서 비상급수시스템을 도입하라는 우리의 요구가 전혀 엉뚱한 요구도 아니다. 부디 환경부가 환경부 본연의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며 환경부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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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