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수돗물 녹조 독소 환경부 해명을 반박한다.

2022년 9월 2일 | 보도자료/성명서

수돗물 녹조 독소 환경부 해명을 반박한다
8월 31일 “수돗물 조류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라는
환경부 보도 설명자료에 대한 환경단체 입장
환경부는 왜곡·무지·변명을 중단하고, 국민 안전을 위한 공동 조사에 응해야 한다.
◯ 환경부는 ‘비상식적 변명’을 중단하라!
– 환경부는 31일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이 밝힌 대구·부산·경남 가정집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결과에 대하여 “해당 지역에서 조류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라는 보도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국립환경과학원까지 동원해 내놓은 자료는 지난 7월 29일 자 대구 수돗물 녹조 독소 검출 때 밝힌 해명내용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
– 이는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국가부처와 국가기관이 해야 할 일을 망각하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태도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보도 설명자료는 왜곡과 무지가 섞여 있어 읽기조차 민망하다. 낙동강네트워크 등은 환경부의 태도를 ‘비상식적 변명’이라고 규정한다.
◯ LC-MS/MS의 표시한계(정량한계)는 얼마인가?
– 지난 8월 4일 부산시는 언론 간담회 자료를 통해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LC-MS/MS)과 효소면역측정법(ELISA 키트)을 비교했다(<표 1> 참조).  여기서 부산시는 환경부 LC-MS/MS법의 표시한계(정량한계)를 0.1 ppb라고 인용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역시 2020년 발간한 『조류경보제 운영 매뉴얼』에서 LC-MS/MS의 표시한계(정량한계)를 0.0001 mg/L, 즉 0.1 ㎍/L(ppb)라고 설명하고 있다. LC-MS/MS의 표시한계(정량한계)가 0.1 ppb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OEHHA 음용수 기준 0.03 ppb는 검증이 불가능하다.
– 그러나 환경부가 31일 보도 설명자료에서 제시한 LC-MS/MS의 표시한계(정량한계)는 0.02~0.006 ㎍/L이었다. 무엇이 정확한 수치인가? 지역별로 LC-MS/MS의 표시한계(정량한계)가 다른 것인가? 아니면 LC-MS/MS의 성능이 한 달도 안 돼 갑자기 5~16.6배나 좋아졌다는 말인가? 환경부 스스로 혼란을 자초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참고로 환경부가 제시한 0.02~0.006 ppb 표시한계(정량한계)는 마이크로시스틴 12종을 분석하고 있는 미국 연방 환경보호청(USEPA)의 수치이다. 환경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
◯ ELISA 키트 정량한계 왜곡, 환경부의 악의적 왜곡인가? 무지인가?
– 환경부는 이번 보도 해명자료에서 “환경단체가 활용한 ELISA 분석법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제시하고 있는 조류독소분석법 중 하나지만 표시한계(Reporting Level)가 0.3㎍/L로서, 0.3 미만의 값은 신뢰도가 낮아 검출량을 산정하는 자료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지난 7월에도 같은 주장을 했으며,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공개 토론회 자리에서 똑같이 주장했다.
– 환경부는 환경단체 기자회견 자료를 확인했나? 환경부가 환경단체와 민간 전문가 분석 결과를 반박하려면, 적어도 기자회견 자료부터 확인해야 했다. 이번에 환경단체가 수돗물 분석을 의뢰해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이 사용한 ELISA 키트의 정량한계는 환경부가 밝힌 표시한계(정량한계) 0.3 ppb가 아닌 0.05 ppb이고, 검출한계는 0.0016 ppb이다. 지난 7월 말 수돗물 분석도 같은 ELISA를 사용해 분석했다.
– 환경부가 두 번에 걸쳐 ELISA법의 표시한계(정량한계)를 0.3 ppb라고 주장하는 것은 악의적으로 왜곡하고자 했던 것인가? 아니면 ELISA 키트에 대해 무지한 것인가? 이에 대해서도 환경부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 환경부 측정 로우 데이터(raw data)는 왜 공개하지 않는가?
– 환경부는 8월 2일과 8월 23일~24일 두 차례 ELISA법과 LC-MS/MS법 2가지 방법으로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모두 불검출이라고 밝혔다.
– ELISA의 표시한계(정량한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환경부가 과연 ELISA 측정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환경부는 측정 로우 데이터를 공개하고, 검증받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지난 7월 말 환경부는 대구 문산 등 3곳의 정수장으로 유입되는 원수와 정수 후 공급하는 수돗물 모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 문산 정수장 유입 원수의 현미경 사진(아래 사진 1 참조)에선 남세균이 발견됐고, 분석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1.5 ppb 검출됐다.
– 이에 대해 환경부는 무조건 검출되지 않았다는 말을 고장이 난 녹음기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환경부가 분석방식의 정확도에 대해서 신뢰를 받으려면 관련 로우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위험에 대한 의혹은 그 위험 평가와 위험관리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중요한 해법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국가라는 권위 뒤에 숨어 투명성을 거부하고 있다.
– 의문은 또 있다. 환경부는 ELISA법 실제 측정 여부를 밝혀야 한다. 지난 8월 23일 녹조 독소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권역 지자체가 올해 ELISA 키트 구매 사실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ELISA 키트는 유통기한이 8개월 이기에 지난해 구매한 제품은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환경부 등은 어떻게 ELISA 키트를 구해서 사용했는지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사진 1> 대구 문산 정수장 유입 원수 남세균 현미경 사진
출처 : 부경대 이승준 교수 연구팀
◯ 정수장 주 1~2회 마이크로시스틴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
– 환경부는 보도 해명자료에서 “낙동강 본류를 취수원으로 사용하는 정수장에서는 매주 1~2회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모든 정수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고 있음.”이라고 밝혔다.
–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녹조 독소 농도는 하루에도 단 몇 시간 차이로 급격히 변한다. 이는 지난 8월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 조사단이 직접 확인한 내용이기도 했다.
– 따라서 주 2회만으로 수돗물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신뢰받을 수 없다.
◯ ‘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라는 상식을 외면하는 환경부
– 지난 8월 25일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 조사단은 8월 초 진행한 낙동강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낙동강 전 구간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수돗물 취수장 유입구와 농업용수 양수장에서도 고농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 지난 6월 말 채수한 본포수변생태공원에서는 USEPA 물놀이 금지 기준 8 ppb의 1,075배인 8,600 ppb가 검출됐다. 양산 농업용수 공급 배수장에선 USEPA 기준의 2,119배에 이르는 16,952 ppb라는 상상할 수 없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 게다가 해수욕장에서 알츠하이머, 루게릭병 등 뇌 질환을 유발하는 BMAA라는 녹조 독소도 검출됐다. 세계 경제 순위 10위권의 대한민국에서 후진국형 환경재난이 발생했고, 급기야 사회 재난으로 번지고 있다.
– 불행히도 환경부는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환경단체 분석 결과를 반박하는 보도 해명자료 또는 환경단체 지적을 수용해 정책을 개선하겠다는 공식 입장 발표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현재의 환경부 모습이다.
– 4대강사업 이후 녹조가 대규모로 창궐한 우리 강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또 ‘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수돗물 신뢰는 상수원 불안 해소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환경부는 오로지 환경단체 탓만 하고 있다. 이는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는 행태로써, 국민적 지탄과 환경정책에 대한 국민적 저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환경부는 몽니 중단하고 국민건강을 위한 녹조 공동 조사에 응해야 한다.
–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은 유속이 10배 느려졌다. 물의 흐름을 막는 보 구조물 때문이며, 그 물에서 대규모 녹조가 창궐해 강을 뒤덮었다. 녹조 독소가 농산물과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사회 재난이 되고 있다.
–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보가 사람을 공격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는 보수·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더욱이 환경부는 지탱가능한 국가를 통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책무가 있는 국가부처다.
– 지난 2016년 2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녹조 번성 시기가 아닌 겨울철에도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검출됐다. 이는 녹조 독소 문제가 계절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 녹조 축적 농산물이 전국으로 유통됐다. 낙동강 수돗물 불안은 상수원 불신이라는 보편성을 띠면서 다른 수계 수돗물 신뢰도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낙동강 녹조 문제가 결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는 걸 의미한다.
– 환경부는 지금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과 싸우고 있다. 환경부는 이런 상식에 기반해 문제를 지적한 환경단체와 민간 전문가를 폄훼하고 매도하고 있다. 이는 국민을 지켜야 할 환경부가 되려 국민과 싸우려는 비상식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 낙동강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 민관 공동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상호 검증을 통해 신뢰 기반을 형성하는 것은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 환경개선과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질 수 있다. 환경부는 비상식적 몽니를 중단하고, 국민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민관 공동 녹조 조사위원회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
2022. 9. 1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