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류학회의 반대입장
1. 철새도래지로서 낙동강 하구의 중요성
천연기념물 제 179호 낙동강하구는 오래전부터 중요한 철새도래지였으며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철새연구가 이루어진 1960년대부터 조류학을 전공하는 전문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철새들을 대상으로 연구하여 왔다. 그러나 경제발전에 따라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를 비롯한 중요 철새 도래지역이 개발에 의해 사라져 버렸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낙동강하구에는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종 및 보호종이 찾아오고 있으며, 이들은 동시에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그래서 낙동강 하구지역은 천연기념물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복합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지만, 조류를 연구하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지금의 보호조치도 매우 부족하다 생각하고 있다.
2. 습지에 대한 정책전환의 시기
지금까지 낙동강하구 등 습지의 개발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 중에 일어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철새도래지가 파괴되고, 축소되는 과정이 되풀이되었다. 그렇지만, 한국이 OECD 회원국이 되고,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이제는 습지를 파괴할 때가 아니라 보호를 생각해야할 시기이다. 아직도 경제적인 편의와 습지개발을 목적으로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중심부를 관통하여 명지대교를 건설하려는 것은 장기적인 환경보전과 공공의 유익성을 무시한 근시안적인 정책이며 당연히 취소되어야 한다.
3. 명지대교 건설이 철새에 미치는 영향
지금까지 낙동강 명지대교 건설이 철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다. 이에 대해서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를 포함한 한국 전역의 물새류 서식지에서 다년간 연구를 해온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조류학회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낙동강하구의 명지대교 건설계획은 국제적인 물새류 서식지이며, 천연기념물 지역인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이다.
나. 다리 건설로 인하여 을숙도 남단의 철새 서식지가 막대한 영향을 받아, 철새서식지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다. 적어도 선진국으로 자처하는 국가에서는 국가적인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실시하면서 야생동물에 대한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한국조류학회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공신력이 있는 SCI(Scientific Citation Index)급 논문집을 대상으로 외국의 사례를 조사해보았다. 지금까지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국가적으로 중요한 철새도래지에 대규모 다리를 건설하여 그 이후의 영향을 조사하여 발표한 논문은 찾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아니면 환경보존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국가라면, 국가적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자연환경구역에 명지대교와 같은 대규모 공사를 근본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라. 우리 조류학자들은 명지대교 건설이 철새서식지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논쟁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본다.
4. 결 론
조류를 연구하고 있는 조류학자들도 무조건적인 철새보호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연보호구역에서 소규모의 현상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명지대교와 같은 대규모의 건설행위는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임이 명백하다.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는 현세대만의 재산은 아니다. 우리의 후손들에 필요한 자연환경을 남겨주는 것도 우리의 책무이다. 따라서 낙동하구의 명지대교 건설계획을 즉각 취소해 주기를 한국조류학회 회원 전체의 이름으로 건의하는 바이다.
(2000. 1 – 2001. 12)
회 장: 함규황(경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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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
구태회(경희대학교), 권기정(동아대학교), 김상욱, 김성만(한국조류보호협회), 김수일(한국교원대학교), 김진한(국립환경연구원), 김완병(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김창회(국립환경연구원), 민병윤(경남대학교), 박행신(제주대학교), 박희천(경북대학교), 배성환(한국해양연구원), 백운기(국립중앙과학관), 손성원(경남대학교), 송순창(대한조류협회), 오홍식(제주대학교), 우한정(한일야생생물연구소), 원병오(한국조수보호협회), 유병호(국립환경연구원), 유정칠(경희대학교), 윤해순(동아대학교), 이기섭(경희고등학교), 이두표(호남대학교), 이시완(에코텍 환경생태연구소), 이우신(서울대학교), 이정일(동국대학교), 이종남(경성대학교), 이종빈(전남대학교), 이한수(에코텍 환경생태연구소), 정명숙(경희대학교), 정숙희(조선대학교), 조삼래(공주대학교), 채희영(국립공원관리공단), 최영복(조선대학교), 최청일(한양대학교), 한상훈(한국자연환경과학정보연구센타), 함규황(경남대학교), 홍순복(경성대학교). 3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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