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풀과 숲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는가

2011년 11월 27일 | 보도자료/성명서


누가 풀과 숲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는가.




천성산의 꼬리치레 도롱뇽 한 마리가 법정에 선다. 목숨 붙은 모든 것들이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져 가는 이 불모의 땅에서 마지막 생명의 고리를 지키기 위한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산과 계곡은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오염되어 온전한 곳이 한 곳도 없는데 이제는 아름다운 산 천성산마저 사라져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산뿐만 아니라 그 속에 깃들어 있던 모든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다. 무서운 일이다. 고속철도가 관통된 산은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으로 변해갈 것이고 계곡은 말라붙어 흉한 모습으로 우리를 원망할 것이다.

터널은 그 자체로 생태계를 파괴한다. 물과 고산 늪지의 어머니인 천성산에 터널이 뚫리면 지하수 유출로 산은 말라붙어 버림받게 될 것이다. 수달과 원앙, 꼬리치레 도롱뇽과 끈끈이주걱등 10여종의 천연기념물과 30여종의 보호 동식물은 수 만년을 이어온 자신의 삶터를  위협받게 된다. 참여정부는 타당성과 합리성을 잃고 오직 효율과 속도를 위한 이 파괴적 폭력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가. 도롱뇽 한 마리가 숨을 헐떡이고 있는 모습과 꽃을 피워내지 못하는 얼레지군락지가 보이지 않는가. 저기 하늘 다람쥐를 보자. 생명의 낭떠러지에서 위태롭게 목숨을 이어가는 저 다람쥐의 모습이 바로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 아닌가. 이제 귀기울여 자연의 신음 소리를 듣자. 자연에 기댄 생명들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사라져 갈 때 이 절망의 빈 땅에는 허허로운 바람만이 불 것이다.  그리고 그 바람 사이로 배울 것 없고 가르칠 것 없는 학교로 아이들이 인형처럼 오고 갈 것이다. 생명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 학교,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로.

이제 자연을 지켜내지 못한 교사들이 가르치는 아이들은 냉정한 교실에서 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공부만을 하게 될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갯벌과 풀잎이 내는 숨결의 소중함을 말하지 못한다. 산을 자본의 논리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세상은 병들고 교육은 방향을 잃어버릴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고 있음에도 인간이 지향해야 하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질문하지 않고, 당연히 있어야 할 반성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교육을, 우리의 자연을, 스스로를 돌아보자는 간절한 바람들을 모아서 이렇게 선언을 한다. 그러므로 우리들 교사 100인의 선언은 반성이 없는 사회를 향한 간절한 기도이다. 천성산을 살려달라는 기도인 것이다.

더불어 사는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은 이제 새로운 미래의 유일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 자연의 삶터를 존중할 때 우리의 삶터도 지켜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알아야 한다.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공사를 중단하는 일은 천성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작은 생명과 환경정의와 공동체를 효율과 성장과 개발의 욕망으로부터 지켜내는 일이다. 우리 교사는 이 선언을 계기로 교사와 학생이 폭넓게 이 사안을 합리적으로 알 수 있도록 천성산 고속철 터널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 수업을 진행하며, 천성산 관통터널 저지를 위한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임을 엄숙하게 선언한다.


2003년 10월 17일 금요일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저지를 위한 교사 108인 선언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