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원앙이

2011년 11월 27일 | 보도자료/성명서

천성산 고속철 사업지역에


천연기념물 ‘원앙’ 집단서식지 발견


<경부고속철도 환경영향평가 부실 증명>





『계획노선 주변에는 특별히 보호를 요하는 동 식물은 없음.』


(경부고속철도 부산 경남권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p.616)





  참여정부 국정 현안 중의 하나인 천성산 고속철도 계획노선 주변에서 천연기념물인 원앙의 집단서식지가 확인되었다. 대표적인 국책사업 논란의 하나였던 고속철 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확인된 것이다.



  지난 1994년 환경부에 협의된 건교부-철도공단의 천성산 고속철도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계획노선 주변에는 특별히 보호를 요하는 동?식물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환경영향평가 최종보고서, p.616). 여기서 계획노선 주변이란 “본 계획노선을 중심으로 좌우 각각 2km 정도를 조사지역으로 설정”한 것이다(환경영향평가 최종보고서, p.174). 그러나 천성산 고속철도 계획구간에서 1.5km 떨어진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리의 법기수원지 내에서 원앙 70여 마리가 관찰되었다. 이 정도 규모의 원앙 서식지가 확인된 것은 매우 희귀하고 이례적이다. 원앙은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우리나라 백두대간을 비롯한 주요 산간지역에 서식하는 희귀조류이며, 전세계에 약 20,000마리밖에 없는 국제적인 멸종위기보호종이다. 천성산의 자연생태계가 탁월함을 증명하는 생생한 사례인 것이다. 한편 천성산에 대규모 고속철 터널공사를 하기 위해 진행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는 결정적 증거이기도 하다. 법기수원지는 천성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모여 부산광역시의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저수지로, 천성산의 계곡생태계가 호수생태계로 연결되는 곳이다.



  천성산 고속철도 논란은 울산지법에서 다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초유의 자연권소송인 도롱뇽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법원심리에서 원고인 천성산보전대책위와 피고인 철도공단 사이에 가장 큰 쟁점이 천성산 구간 고속철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의 부실함에 관한 논란이다. 천성산대책위 측은 지난 94년 진행된 철도공단의 환경영향평가가 부실로 점철된 국책사업의 환경법규 무시의 전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철도공단 측은 당시의 관행상 어쩔 수 없었으며 지금의 시점에서 부족한 점은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쟁점인 부실의 핵심은 소송의 원고 상징인 도롱뇽을 비롯하여 30종 이상의 주요 멸종위기 및 보호종, 천연기념물 등이 대부분 누락되었거나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이점은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환경부나 천성산대책위의 조사를 통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었다.



  지난 94년 동아대 환경문제연구소(소장 김창호)와 유신설계공사(대표이사 유정규)에서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는 당시 3억6백만원의 대규모 연구용역이었다. 그러나 큰 예산을 지출한 국책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 치고는 그 부실의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특히 현지 조사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증거가 곳곳에서 확인되었다. 부실을 넘어 조작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다.



  정부는 천성산고속철도 문제를 비롯해 북한산관통도로, 새만금간척사업, 부안핵폐기장문제 등 주요 국책사업 현안을 개발과 보전의 불가피한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것이 진실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환경보전도 해야 하지만 먹고살기 위한 개발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국책사업은 정부의 주장처럼 불가피한 두 가치의 충돌이 아니다. 사실은 당연하게 해야 하는 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국책사업을 강행하는 정부의 낡은 관행과 아무리 국책사업이라도 절차와 과정이 중요함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간 충돌이다. 천성산고속철도 역시 법에 의해 규정되고 보장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자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정치적 고려에 의해 국책사업을 주무르고 강행하는 정부와의 싸움인 것이다. 진정한 참여는 바로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다. 천성산고속철도 논란은 이것저것 다 무시하고 오직 정부가 주장하는 가치만을 고집하는 박정희식 개발주의가 노무현시대에까지 뿌리깊게 남아있는 것이 본질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내에는 아직도 개발시대라는 유령이 여전히 배회하고 있다.









2004년 3월 9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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