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낙동강하구에 산이 있다’는 환경평가서

2011년 12월 1일 | 보도자료/성명서

환경부가 2003년 12월31일에 급작스럽게 결정한 낙동강 하구 명지대교 ‘사전 환경성 평가’ 협의는 결국 낙동강 하구 개발의 봇물을 틔워주었고, 이에 맞춰 부산시는 2004년 1월에 신공항 등 무려 13개 사업을 발표하였다. ‘하구’라는 자연 또는 국가유산에 대한 책임과 보전을 위한 정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개발 사각지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행정기관의 어이없는 엉터리 사전 환경성 평가에 대한 묵인이 있었다. 문제가 되는 명지대교 사전 환경성 평가 보고서(2003년 10월)의 조사 내용을 보자.
「양서류의 조사 방법은 “물이 솟아나는 작은 웅덩이나 유속이 완만한 계류의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바위를 들추어 … 성체는 산림내 음지쪽에 쓰러져 있는 고사목을 들추거나 돌 밑에서 확인 … 개구리류는 하천이나 계곡의 바위 밑 그리고 논과 등산로를 중심으로 이동 중인 개체와 주변의 고목이나 바위 틈에 은신하고 있는 종을 확인 …” 하였으며 파충류의 조사 방법은 “볕이 잘 드는 사면의 묵정밭, 저지대의 야산 임연부 일대, 등산로 주변을 집중 조사”하였다.」

그러나 낙동강 하구에는 논, 계곡, 산림과 같은 위의 지형이 전혀 없다. 낙동강 하구는 완만한 모래섬들로 이뤄져 있어 모래와 갈대가 주를 이루며 민물이 흐르지 않는다. 주로 염생식물과 사초류(풀)가 자라며, 나무는 생성된 지 오래된 섬에서만 듬성듬성 버드나무류가 보인다. 물이 빠지면 낙동강 하구의 섬들은 개펄로 이어진다. 보고서 작성자가 검토도 없이 어디서 베꼈다는 말이며, 최종 제출까지 용역회사는 감수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사전 환경성 평가 위원으로 공식 검토요청을 받고 위의 내용과 페이지까지 지적하며 보완하거나 재작성해야 한다는 검토서를 제출했다. 사실 이미 2003년 5월에 ‘전면 재검토’가 통지된 보고서에 대해 다시 협의 요청이 들어와, 재검토하는 입장에서 이런 부실한 엉터리 보고서는 검토 자체가 불필요함을 스스로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에 대한 보완이나 언급 없이 명지대교 개발계획은 협의가 이뤄졌다. 협의 검토 결과에도 이 부분은 빠졌으며, 협의 직후 시민단체의 공식 항의에도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

내용과 관계 없이 명지대교는 건설되어야 하기 때문에 환경평가의 가장 중요한 토대인 생태조사의 결여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긴가 아니면 소수 의견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무시할 수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 이런 검토가 허용되는 곳은 환경부 존재 이유의 핵심이며 반드시 보전되어야 하는 습지보호구역이 아닌가 장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도대체 사전평가를 왜 했는가

현재 부산시는 명지대교 환경영향 평가(초안)를 회람했으며, 이 엉터리 내용이 다시 포함되어 있다. 개발 주체로서는 이미 사전 평가가 통과됐으니 공사는 이미 확정된 것이고 환경영향 평가는 관례적인 것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7월부터 개정되는 환경부의 지침은 바로 이러한 부실 논란과 형식적 절차라는 불신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시민단체의 자체 조사와 수차례의 협의의견 개진에도 불구하고 시정은커녕 어떠한 해명이나 진행 과정조차 알 수 없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환경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7월 개정 지침을 보면, 사전 환경성 검토부터 다시 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이 상태로 협의는 진행될 것이며, 오히려 개발 지체를 막기 위해 검토 기간만 단축시킬 것이다.

명지대교 건설 예정지는 국가가 국제 위상을 걸고 의욕적으로 추진한 습지보호법에 의거한 첫번째 습지보호구역이다. 이 법대로라면 어떠한 공작물도 들어설 수 없고 오직 습지 보호가 최우선의 목적이어야 한다. 그곳에 첫 예외조항이 될 명지대교 건설에 대한 환경평가는 이처럼 어이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 와중에 습지보호법 역시 허술한 시행령의 보호 아래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습지는 개발압력이 높은 곳이다. 다른 습지보호구역에서도 지자체가 불가피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환경부의 목을 조르면 환경부는 이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어쩌면 계속 추진되고 있는 습지 보호구역 지정이 개발론자의 안도 속에 쉽게 결정될지도 모른다.

낙동강 하구는 국가의 허가 아래 합법적 파괴가 자행되어온 국가지정 자연유산이다. 명지대교는 제2의 하굿둑으로 낙동강 하구 개발과 파괴의 시작점임과 동시에 습지보호법 자체가 예외조항으로 개발 논리에 무너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환경부의 즉각적인 대답을 요구한다.

김은정/부산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