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명지대교 건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보고>

2011년 12월 23일 | 보도자료/성명서



명지대교 건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보고




인제대 환경공학부 조경제 교수




지난 1993년 도시계획 시설 결정 이후 13년을 끌어오던 낙동강 하구의 명지대교 문제가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일단락되는 듯하다. 부산녹색연합 시민단체가 낸 ‘명지대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하여 부산지방법원 1심과 고등법원 2심에서 기각되었다. 최근 새만금 간척사업이 대법원에서 각하된 바 있고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분쟁에서도 원고 시민단체가 패소함으로서 주요 환경분쟁이 하나같이 법원에서 패소하는 기록을 세웠다. 시민단체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정책결정의 결과로 반발하는 반면, 부산시는 폭주하는 물류순환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 환경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후퇴하는 게 아닌가 우려를 낳고 있다. 명지대교가 낙동강 하구에서도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을숙도를 관통하게 됨으로서 교량건설이 논의되던 초기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그동안 관련 환경단체를 대상으로 끈질긴 설득작업과 전문가의 포섭을 통하여 종전의 교량 직선안에서 우회안으로 변경하여 합의하게 되었다. 원고측 가처분 심리에서는 증인으로 나설 조류전문가를 구하지 못해 일본에서 민간 조류전문가를 초빙하여 낙동강 하구의 철새 현황을 변호하게 하였으며 법원에서 원고측 변호로 나설 지역전문가를 구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국내 굴지의 토목건설회사의 로비가 있었을 것이란 설이 난무하였다.

을숙도와 낙동강 하구의 철새는 일찍이 문화재보호법(1966년)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으며 환경부와 건설교통부는 지난 80년대 이 곳을 보호지역(1982년 연안오염특별관리지역, 1983년 자연생태계보전지역, 1988년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1999년에는 습지보호지역으로, 국제람사습지로 등재되는 등 국내에는 드믄 곳이다. 명지대교를 포함 최근까지 개발사업에 대한 분쟁이 지리한 공방을 벌이면서 결국에는 법정으로 가는데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제도적 모순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이전에 ‘관계기관 협의’와 ‘사전환경성협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관련 기관이 참여하게 되며 여기서 개발사업에 대한 사실상의 승인이 나게 되며 개발에 필요한 토지매입이 확보될 즈음에 환경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 일반 시민들이 인지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비가 상당히 투자된 시기에 이루어지는 사후평가로서 설사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지라도 개발사업을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환경평가를 개발 이전 초기단계에서 시행하는 미국이나 구미와는 차이가 있다.

어쨌던 법원에서 기각결정이 남으로써 을숙도를 5개 철망으로 보호망을 쳤던 국가가 스스로 그것을 걷어버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되었다. 지방정부와 환경청은 이미 을숙도에 분뇨처리장을 유치하고 쓰레기매립장을 조성한 바 있으며 이제 폭 40m인 6차선 교각이 관통함으로서 낙동강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을숙도는 국제적인 명성을 잃게 될 것이다. 실제 재판과정에서는 철새가 나는 높이가 다리 높이 보다 훨씬 높고 그 방향이 을숙도 위가 아닌 아래 방향이라는 공방이 오가는 등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낙동강 하구라는 국가적인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대규모 교량 공사가 이루어 짐으로써 철새도래지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논쟁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한국조류학회의 2001년도 공식 성명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