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고리1호기 사고 조사보고서에 대한 환경단체의 의견

2011년 12월 23일 | 보도자료/성명서




고리1호기 사고․ 고장 조사보고서에 대한 환경단체의 의견

(사고 조사보고서는 첨부파일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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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 : 부산녹색연합, 부산청년환경센터, 부산환경운동연합
담당자 : 부산청년환경센터 활동가 정수희 (051-805-5888)
수신 : 0319 고리1호기 사고 진장조사단
참조 : 산업자원부 원자력산업팀
날짜 : 2007년 3월 27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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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사 보고서 불충분하다.


1) 배수 완료 확인 방법에 관한 사실 누락.
액체폐기물 증발기 재순환펌프 분해 정비 작업을 위해 배수 밸브를 2개를 개방하였다는 사실은 보고서를 통해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 현장운전원이 밸브 2개를 개방하였으나 배수 실패하자 시료채취배관 밸브(HV-47)을 개방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보고서 상에서 확인 불가하다. 현장운전원이 배수 실패를 무엇을 통해 확인했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이 누락되어 있으며, HV-47 밸브를 개방해서 어떤 일이 생겼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도 누락되어 있다. 즉, 현장운전원이 배수 실패를 사고 전에 알고 HV-47을 개방했다는 부분은 보고서 상에서는 확인 불가하다. 현장운전원이 작업자 4인 사고 후에 배수 실패를 알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 보고서 2페이지에 따르면,
14:00 시료채취배관 HV-47을 통한 배수 시작  
14:40 작업자 펌프 분해 작업(증발기 시료채취배관 하부는 배수되지 않았음) 」

40분가량 시간이 지났으나, 시료채취배관 하부는 배수되지 않았다는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작업자가 배수가 되고 상황을 확인했다면, 펌프 분해는 시작하지 않았을 터이니, 배수가 되지 않고 있었기에, 분해 작업을 수행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즉, HV-47을 개방했으나 40분이 가량이 지나도 배수가 되지 않고 있었다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HV-47 개방했다고 하지만 변화가 없음으로 보고되어 있어, 실제로 HV-47이 개방되었는지 사실 확인이 힘들다.  


2) HV-47 밸브 개방 이유 불명확.
HV-47 밸브를 개방한 이유가 불명확하다. 시료채취배관의 밸브와 배수 밸브는 다르다. 배수를 목적으로 시료채취배관 밸브를 열었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WCD 상에 배수 실패 시 HV-47 밸브를 개방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인지, 운전원 임의 판단이었다면 무슨 근거를 HV-47 밸브를 개방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HV-47 밸브는 어떤 경우에 개방하는지에 대한 설명, 어떤 경우에 폐쇄하는지에 대한 설명 필요하다.

  
3) WCD 상의 밸브 기기조작에 관한 설명 부족.
보고서에는 조사단의 WCD 자체 검토 결과가 10페이지에 기술되어 있다. 검토 결과는 있으나 WCD에 명기된 밸브 기기조작 내용이 누락되어 있어, 상황 파악이 힘들다. 실제 WCD에 밸브 기기조작에 관해 어떻게 명시되어 있었는지 보고서에 인용되어 있어야, 사실 확인에 도움이 되겠다.  


4) 액체폐기물 증발기에 대한 일반적 사항 누락.
액체폐기물 증발기에 일반적 사항이 누락되어 있어, 사고 당시의 특수 사항과 비교가 힘들다. 액체폐기물 증발기 내에서의 오염세척수 온도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사고로 인한 인출 순간 온도 70℃만 명시되어 있다. 또한 액체폐기물 증발기 내의 오염세척수량이 수치로 명시되어있지 않고, 사고로 인한 인출량도 누락되어 있다. 오염세척수가 얼마나 배수되고, 얼마가 잔류하고 있었으며, 얼마가 사고로 인출되었는지 상황 파악이 힘들다.  



2. “설계도면의 부재”가 낳은 필연적 사고.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은 설계도면과 현장의 불일치이다. 발전소 특성상 절차에 따라 상부지시자의 지시에 따라 현장 노동자가 작업을 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주제어실에서 작업지시를 위해 사용한 설계도면은 현장의 설계 사항과 다른 것이었다. 이는 고리1호기가 턴키방식으로 건설된 핵발전소라 시민사회에서 늘 우려해 왔던 지점이다. 설계도면의 부재는, 현장 설계 상황과 다른 설계도면을 작성하게 만들었고, 현장을 올바로 반영하지 못한 설계도면은 잘못 된 작업지시를, 잘못된 작업지시는 현장에서의 오작동을, 오작동은 사고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그러나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고리1호기가 수명연장을 위해 설계도면을 포함한 각종 안전성 평가 보고서가 이미 과학기술부로 제출 되었다는데 있다. 한수원은 안전한 발전소 운영의 기본사항인 설계도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핵발전소의 상태에 대해 안전하다고 자체판단하고,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 후 폐열수가 배수 과정에서 다 빠지지 않은 이유를 조사하다가 설계도면에 나타나지 않은 제3의 밸브를 발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불일치는 원자로 건물이나 터빈이 있는 건물에서도 존재 할 수도 있다. 이는 자기 수명을 넘어선 핵발전소의 설계도면을 그때 그때 업그레이드 시켜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대형사고가 일어난 후에 설계도면과 현장이 불일치했다는 변명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에서 고리1호기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바, 설계도면과 현장과의 불일치는 수명연장의 안전성 검토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설계도면에 나타나 있지 않고, 현장의 작업자 조차 모르는 파이프와 벨브, 나사가 핵발전소 노동자와 인근 주민, 환경을 위협하게 된다. 이에 대한 대대적이고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나 KINS의 보완요구사항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



3. “작업절차 준수 불이행” 관련


1) 노동자의 실수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다른 메커니즘은 존재하는가?
핵발전소의 특성상, 노동자는 상부 작업지시자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작업지시의 내용 또한 작업의 순서부터 확인 내용까지 아주 상세하다. 그러나 노동 그 자체는 다분히 자율적인 기질이 있어 노동과정의 관리․감독을 벗어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는 핵발전소의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는 노동행위로, 발전소 관리자는 노동자의 작업과정을 비롯한 전(全) 노동행위에 대한 통제하려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이것이 감시와 통제의 강화로 해결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현장경험이 많은 노동자는 숙련된 노동의 자신감으로, 그렇지 않은 노동자는 현장경험의 미숙으로 감시와 통제의 영역을 벗어나 버린다.
즉, 발전소의 운전 특성상 절차와 준수의 의무가 강력히 요구 되지만, 노동행위의 특성상 이에 대한 불이행이 종종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노동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 체계의 강화도 필요한 조취이겠지만, 더욱 근본적인 조취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의 작업절차 준수 불이행과 오 작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바로 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다른 물리적 기제로 통제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마찬가지로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시 그것의 피해범위와 정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는지에 대해, 발전소의 각 부분별로 재점검 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타당한 조취를 취해야 할 것이다.  


2) 진상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 진 것인가!
노동자가 작업절차를 지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① 이번 사고에 있어, 현장운전원은 현장경험이 미숙한 상태에서 밸브정렬을 수행하는 일을 하였다. 현장운전원은 현장경험이 미숙한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했으며, 지시를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작업자들이 현장작업을 시작한 것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 우선은 의심 되는 것이, 현장운전원이 시료채취벨브를 통해 배수가 다 되었다고 잘 못 알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료채취관을 통해 배수를 시작한 것이 14시, 작업자가 작업을 시작한 것이 14시 40분, 사고가 난 것이 14시 50분이다. 작업자가 10분 동안이나 작업을 개시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원은 이에 대한 제지를 하지 않았다. 이는 40여분동안은 시료채취관을 통한 배수가 다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② 현장운전원과 마찬가지로 현장작업자들이 절차에 따르지 않고 일을 수행한 원인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현장작업자들이 현장운전원의 지시도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개시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단순히 현장작업자들이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 아니라 현장운전원이 배관 안에 폐열수가 남아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작업개시의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KINS의 보고서에는 이처럼 작업자가 운전원의 지시도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개시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않으며, 그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하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행위가 관행이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장운전원보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하는 현장작업자의 노동조건을 염두 해 본다면, 당시의 정황들을 여러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명과 대책이 필요하다.


3) 열악한 노동조건과 관행이 사고를 부른다.
우리는 이 사고를 보면서 발전소 노동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만이 능사가 아님을 새삼 알게 된다. 작업과정에서의 관행과 노동조건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핵발전소의  사고는 계속 될 것이다.
① 운전경험이 미숙한 운전원이 왜 현장에 투입 되었는가? 설계도면에는 2개의 밸브가 있고 현장에는 3개의 밸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원전원의 판단과 대처는 미숙 그 자체였다. 그러나 운전원의 미숙함이 단순히 한 노동자의 미숙함으로 치부되어선 안 될 것이다. 미숙련 노동자가 현장에 투입 되어 그러한 판단과 대처를 할 수밖에 없는 조건, 직장문화, 노동시간, 노동환경 등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연구와 적절한 조취가 있어야, 절차 준수의 강조만으로 해결 되지 않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② 또한, 현장운전원이 서명하도록 되어 있는 조작자란에 원자로과장이 대신 기입하는 일이 이번 사고에서만 발견된 것인지, 관행인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 이러한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절차는 명목상 절차일 뿐 노동자의 안전과 핵발전소의 안전한 운전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③ 현장운전원과 마찬가지로 현장작업자들이 절차에 따르지 않고 일을 수행한 원인에 대해 구조적 접근에 의한 조사가 필요가 있다. 현장작업자들이 운전원의 지시가 없이 작업개시를 한 이유, 관행의 존재, 노동조건과의 관계유무 등,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하지 않고 노동자의 감시와 통제만 강화하는 해서는 노동자들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핵발전소의 안전을 위협할 뿐이다.
위 세 가지 사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행의 근절,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4. 정리.


이번 사고는 단순히 설계도면과 현장 설계와의 불일치, 노동자의 절차 준수 및 감독의 해이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아래의 내용을 조사단의 요구사항으로 포함 시킬 것을 요구한다.


요구1. 불충분한 조사내용에 대해 다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라.
요구1. 고리1호기 설계도면과 현장 설계 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실시하라.
요구2. 노동자의 작업수행과 관련하여 노동자의 실수와 절차 준수 불이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이것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정도와 이를 최소화하고,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른 경로를 통한 통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보완하라.
요구3. 작업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라.  
요구4. 노동자들의 작업 관행과 노동조건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끝.



2007 . 3 . 27
부산녹색연합, 부산청년환경센터, 부산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