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낙동강하구의 현명한 이용을 위한 제언

2011년 12월 23일 | 보도자료/성명서



                                                                장인현 / 부산녹색연합 운영위원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환경단원에 “공장의 오염물질을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기업인과 환경보호론자 간의 토론 부분이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기업인은 기업 활동으로 인해 발생되는 대기오염 배출에 대한 규제는 경제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반해 환경보호론자는 환경오염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확실히 예방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에 기업인의 주장을 택할 것인지, 환경보호론자의 주장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설문을 이해타산과 관계없는 학생들에게 해보았습니다. 결과는 거의 반반이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경제적 여건이 나은 가정의 학생은 환경보호론자의 주장을 택하였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기업인의 주장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이것은 단편적인 판단일지는 모르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여유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에코프리미엄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하고 경제적 여건이 빠듯한 사람들은 주위 사정이야 어떻든지 경제를 발전시켜 잘 살아보려는 의욕이 앞선다고 이해됩니다.
  지금 우리는 낙동강하구가 지닌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지를 경제적 관점과 생태 환경적 측면을 강조하는 두 쟁점이 팽팽히 맞선 자리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2005년 통계)로 이제는 삶의 질을 높여야 할 단계에 와 있는 듯합니다. 부가가치 낮은 삽질 경제에서 부가가치 높은 지적 산업과 굴뚝 없는 공장 체제로 옮겨가야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볼 때 4조 5천억의 가치를 지닌 낙동강하구를 우리세대에서 최대한 잘 활용하고 동시에 후손들께 훼손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낙동강하구의 핵심 지역인 명지지구 개발을 위한 계획이 수립되고 있습니다. 그 보다도 먼저 하구 둑이 건설되어 생태적 흐름이 차단되었고 동복아 물류 핵심 거점으로 자처하는 부산 신항만이 건설되어 하구에 토사가 하루가 다르게 퇴적되어 준설로 인해 해마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또, 건설 중인 명지대교는 천연기념물 179호인 을숙도의 폐부에 비수를 꽂아 놓았습니다. 어디 이것 뿐 이겠습니까?
  한 번 훼손된 생태계는 복구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자연을 개발하고자 할 때,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것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버립니다. 가장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이며, 절대 뒤탈이 없을 것이라고 포장하면서 말입니다. 덩달아 전문가라는 식자들은 일반인들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결정에 쌍수를 들어 찬성해버립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고 보면 생각해서 준비했던 저감 방안을 넘어선 오염이나 예상치 못했던 생태계의 훼손도 발생하는 예를 수없이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러면 4조 5천억의 가치를 지닌 낙동강하구를 어떻게 굴려야 오병이어처럼 끝없이 끝없이 사용가능할까요? 우답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천천히 두고 보는 것이랍니다. 청정한 원시적 자연은 골동품같이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치솟아 오릅니다.
  시대조류에 편성하지 못하고 낙후된 듯 보일지 모르지만 느긋하게 기다리며 앞으로 등장할 지구의 모든 생명들께 이 공을 넘겨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