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4/26 <동서남북>의 명지대교에 대한 입장

2001년 4월 29일 | 보도자료/성명서

한겨레신문 4월 26일자 16면의 <동서남북>에 기재된 내용 중 명지대교에 대한 이해부족과 일부분에서는 편파적인 기사에 대해 을숙도 명지대교 건설저지를 위한 시민연대는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낙동강하구의 을숙도 철새도래지를 기억할 것이다. 해질무렵, 붉은 노을을 등지고 누렇게 펼쳐진 갈대숲 위로 하늘을 뒤덮던 철새들….
각종 언론매체나 영화에서도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이러한 을숙도로 대표되는 낙동강하구는 정서적인 유대뿐만 아니라, 습지의 생산성과 종다양성 보유기능,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지속적인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삶터로서 반드시 보전되어야 하는 생태계인 것이다. 국가에서도 이러한 점을 인정해 이미 1966년부터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 국가적 자연유산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생태계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와 과소평가는 개발위주의 반환경적 정책들을 합리화하였고, 낙동강하구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을숙도는 하구둑 건설이후 압축쓰레기매립장, 분뇨처리장 등으로 끊임없이 상처받고 파괴되어 왔으며, 급기야 부산시는 낙동강하구 철새서식처의 핵심지역인 을숙도의 완전한 파괴는 물론, 낙동강하구 생태계에 어떤 위협을 가할지 모르는 명지대교 건설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당연히 보전되어야 할 것이 보전되지 못하고 오히려 개발론자들의 논리에 파묻혀 철저히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환경단체가 낙동강하구를 보전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화재청 역시 다리의 반환경성과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한겨레 신문의 동서남북은 이러한 사실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순히 부산시의 입장과 논리·외형적인 현상만을 바라보고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실망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부산시는 이미 ’96년 직선안(부산시 원안)으로 명지대교 건설허가를 문화재청에 요청하였으나 거부되었었다. 그것을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2000년 초부터 낙동강보전발표 및 환경단체와 학계를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시작하면서, 급기야 2001년 초 “환경단체와의 합의로 환경친화적인 우회안(부산시 추진안) 합의”라는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직선안이든 우회안이든 부산시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을숙도의 파괴는 자명한 것이며, 우회안이란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에 그칠 뿐이다.
명지대교는 단순히 건설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리건설은 모든 개발계획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선행작업으로서, 명지대교는 낙동강하구 일원에서 계획 추진중인 명지주거단지, 신호·녹산공단, 신항만, 서부산권 개발계획을 위한 기반공사이다. 명지대교 건설이후의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명지대교 자체의 효용성도 의문스럽다. 명지대교가 놓이는 장림공단 방향은 도심과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부산과 도심을 잇는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없으며, 명지IC에서 명지주거단지 쪽으로 8차선 도로와 명지대교의 8차선도로가 접속하게 되면 병목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 심각한 이 일대의 교통체증도 명지대교가 완공될 때까지는 해결될 수 없다(명지대교 건설은 철새도래시기를 고려하여 공사를 해야 하며, 이 경우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민자로 유치되는 공사비용은 통행세로 고스란히 시민의 부담이 되어 돌아올 것이며 이에 더해 을숙도의 파괴로 인한 환경부담까지 짊어져야 한다.
반면에 하구둑은 현재 부산시민이 지하철 하단역과 연계하여 도심에서 서부산권으로 가는 가장 빠른 통로이며, 대중교통도 모두 하단역을 경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하구둑의 4차선을 8차선 또는 10차선으로 확대(시민단체 제안안)한다면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훼손의 최소화와 건설경비 감소, 공사기간의 단축으로 이 일대의 교통난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다.

지금 낙동강하구는 개발과 보전의 갈림길에 서있다.
끊임없는 개발과 파괴 속에 시민의 가슴속에 사라져가는 낙동강.
그러나 우리 모두가 잊어가고 있을 때도 여전히 생명을 보듬고, 그 가슴으로 우리의 아이들을 따뜻이 품어주는 낙동강을 이제는 생명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되살려야 한다. 더 이상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낙동강하구가 한국의 환경정책의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을숙도 명지대교 건설저지를 위한 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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