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하구보전 및 명지대교 건설포기를 부탁하는 미래세대의 편지

2001년 4월 15일 | 활동소식

부산 시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 대연동에 살고 있는 동규라는 아이입니다.
저는 철새를 아주 사랑하는데요, 이번에 시장님께서 을숙도 주위에 명지대교를 놓는다는 것을 듣고 마음이 아팠어요.
철새들은 우리가 다리를 놓게 되면 갈 곳이 없어요. 또 다리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에 공기도 안좋아지고 소리도 시끄러워서 철새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제 을숙도 주위에서는 철새들이 살지 못하게 되고 또 많은 철새들이 다른 곳으로 갈 예요. 그래서 먹을 것은 나는 힘에 다 써 버려서 얼어죽게 되고 또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면 많이 힘들어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철새 도래지에는 새들이 많이 오지 않는 곳이 될 거예요.
철새들도 우리의 친구입니다. 다 같은 생명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만 편하게 살려고 여러 생명에게 피해를 주는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 사람들에게 다리는 꼭 그렇게 중요하지는 안잖아요. 하지만 꼭 놓아야 하신다고 생각하시면 할 수 없지만 대신 새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쪽으로 놓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제발 더 이상 아주 많은 힘을 쏟아 날아온 철새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램이구요.
다리는 놓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2001년 1월 8일 월요일
동규올림

안상영 부산시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 대명여자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장미입니다.
사실 저는 몇 번이나 들었지만 솔직히 명지대교를 도대체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학술적으로 어떠한 이점과 단점이 있는지는 더더욱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장님!
낙동강하구에서 해지는 광경을 보셨습니까?
파괴되어가는 낙동강을 지키겠다는 듯 모여있는 고니떼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셨습니까?
그 모습은 학술적인 그 어떤 설명없이도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저는 그 모습을 저희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에도, 여기 있는 꼬맹이 친구들이 저희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에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19살.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야 할 날이 많은 나이이기에 아직은 어리고 덜 여물고 부족한 점도 많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렇기에 순수함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제가 더 어렸을 때를 되돌아보면 지금 저는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도 적당히 넘어가는 방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시장님! 저는 이 마지막 십대! 이 순간을 붙잡고 싶습니다. 낙동강하구를 순수한 마음으로 지키고 싶은 이 순간에 머물고 싶습니다.
자연은 어른들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아무렇게나 인위적으로 성형하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부디 저희 외침을 잊지 마시고 낙동강하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요.
언제 한 번 낙동강하구에 들르시거든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부산대명여자고등학교
장미 올림

안상영 부산시장님께
시장님, 반갑습니다.
저는 경남여고에 다니는 지영이라고 해요.
쌀쌀한 날씨에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요즘 매주 토요일마다 낙동강에 철새를 보러가요.
맨 눈으로 보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갈대숲에 망원경을 세우고 보면 새들의 발 색깔, 눈 색깔까지 다 보여요. 뺨이 하얘서 이름이 ‘흰뺨오리’라는 애가 있는데요, 망원경으로 보면 정말 하얀 뺨이 보여요.
새들은 우리 사람들보다 예민하답니다. 마치 개가 사람들보다 귀가 밝은 것처럼요. 그래서 우린 항상 망원경을 최대한 낮게 설치하고, 말도 소근소근, 걸어다닐 때도 발소리가 크게 들릴까봐 새랑 멀리 떨어져서 걸어요. 선생님들은 옷 색깔에도 신경을 써서 숲의 색깔과 비슷한 걸로 입고 오셔요. 왜냐구요? 새들이 놀라거든요.
을숙도를 거쳐 명지까지 가는 다리를 건설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전국에서 최고인 부산의 실업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이겠죠?
경제적 파급 효과가 죄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다리를 놓기 위해 공사를 한다면, 철새들은 더 이상 을숙도에 오지 않을 테고, 시장님을 비롯한 우리 모두는 더 이상 새들을 볼 수가 없을거예요.
사람이 듣기에도 시끄러운 공사소리에 새들은 얼마나 놀랄까요?
공사하기 위해 몰려오는 주황색 계열 차들의 색깔을 보고서 새들은 또 얼마나 놀랄까요?
저는 이 모임에 참석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어요. 그건 바로, 자연이 한낱 미물에 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거예요.
눈앞의 가시적 성과만 바라보지 마시고, 먼 미래를 생각해 주세요. 자연은 우리가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쓰는 것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저도,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도 아름다운 새들을 보고 싶어 할 거예요.
시장님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할께요.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구요, 안녕히 계세요.

2001. 1. 8
자연을 사랑하는
서지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