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신청에 대한 전문가의견서

2002년 4월 20일 | 활동소식

명지대교 건설에 대한 의견서


이기섭


  을숙도 남단 지역은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심장과도 같은 핵심 장소이다.  이곳을 관통하는 명지대교 건설은 어떤 안이든지 철새 도래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사료된다.  낙동강하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철새도래지로서 환경부 등의 많은 문헌에서 국내 도래지 중 가장 많은 종류의 수조류와 멸종위기종을 부양하는 곳으로 보고되었으며, 종다양성에서도 국내 어떤 습지보다 높은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을숙도 남단지역은 가장 많은 종의 조류를 부양하는 핵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을 가로지르는 다리건설은 주변의 공업단지 조성과 하구둑 건설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수족이 잘린 상태의 낙동강하구를 다시 한번 절단시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특히 이곳을 대표하는 철새인 고니류와 기러기류의 도래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며, 두루미류의 이동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사료된다.

  재두루미 생존집단의 50% 이상이 월동하는 일본 이즈미에서 재두루미들은 이동시기에 낙동강하구를 이용한다. 인공위성추적장치 조사결과에 의하면 재두루미들은 하루에 400km 이상을 이동하지 않으며, 이는 이즈미의 월동 재두루미들이 한강하구나 철원으로 이동하기 전에 낙동강하구를 잠시라도 거쳐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낙동강하구는 국내 고니, 큰고니의 최대 월동지이며, 개리, 흑기러기,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참수리 등 많은 멸종위기종이 도래하는 곳이다. 또한 가장 많은 종류의 맹금류들이 발견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낙동강 하구를 대표하는 철새들인 고니류, 기러기류, 두루미류, 저어새류 등과 같은 대형 수조류들과 참수리, 흰꼬리수리와 같은 대형 맹금류들은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는 장소를 선택하는 조류들로 기존의 도로처럼 비교적 높이가 낮은 인공물과 달리 수십미터 높이의 대교가 건설될 경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다리로부터 500m 이내에는 거의 접근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하구둑과 명지대교 사이의 북쪽공간과 남쪽의 가장 중요한 기수역 갯벌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어, 먹을 것이 부족한 해수역으로 철새들이 밀려날 수 밖에 없는 문제점을 일으킬 것이다.

  철새도래지에 다리가 건설된 예로서 한강의 서강대교를 들 수 있다. 하지만 한강 밤섬을 가로질러 건설된 서강대교는 그전부터 상기 대형 조류들이 도래하지 않던 지역으로, 철새들에게 피해를 주는 않을 것이라는 유사 사례가 될 수 없으며, 서강대교 건설과 이후의 철새 개체수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보고나 충분한 비교자료도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서강대교 건설 이후에 조류 개체수가 감소하였다는 보고가 있을 뿐이다. 또 다른 예로서 금강대교를 들 수 있는데, 금강하구에 금강대교가 건설된 당시인 1995년부터 1997년의 자료를 비교하면 공사가 진행되면서 다리부근의 철새가 감소하였으며, 특히 기러기류, 고니류의 감소 경향이 뚜렷하였다. 상류의 웅포대교가 건설되면서도 쇠기러기의 도래가 감소하였음을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재두루미가 많이 도래하던 임진강하구에도 자유로가 생기고 통일대교가 건설되면서 재두루미의 도래수가 급격히 감소하였음을 여러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강하구의 경우에도, 김포대교, 방화대교, 가양대교 등이 새롭게 형성되면서, 비교적 영향을 덜 받으리라 추정되었던 오리류, 갈매기류들조차도 그전보다 그 수역에서 크게 감소하였다. 이러한 예들은 다리 건설과 그로 부과되는 인근 지역의 개발에도 많은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 어떤 지역도 다리 부근에 철새도래지가 조성된 곳은 없다. 서남해안 지역의 주요 철새도래지인 간척지들에서도 대부분의 철새들은 제방을 멀리 피해 분포한다. 명지대교는 중요 철새들을 이용가치가 적은 외해로 내쫓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명지대교의 건설은 낙동강하구와 을숙도에 도래하는 철새의 종류와 개체수를 감소시킬 것은 틀림없으리라 사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지대교를 꼭 건설해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신중하고 충분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