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토) 후쿠시마 대학 시미즈 슈우지 교수 부산 강연

2014년 5월 17일 | 활동소식

 지난 22일, YWCA에서 시미즈 슈우지 교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주제는 ‘후쿠시마 이후의 후쿠시마, 후쿠시마 주민들의 삶 / 원전과 지역경제’입니다. 시미즈 교수의 전공은 지역경제로, 주 관심사는 원전사고 지역의 지역사회 변화입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마을 공동체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오랬동안 연구해 왔고, 지금은 후쿠시마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강연에 참석했던 분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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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부산반핵대책위가 주관한 후쿠시마 대학 시미즈 슈우지 교수 간담회에 다녀왔다. 시미즈 교수는 자신을 원전 건설과 재정 문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라고 소개했다. 이 날 간담회에서는 후쿠시마 핵사고의 규모와 현황, 체르노빌 핵사고와의 비교, 사고 이후 후쿠시마 주민들의 삶, 원전과 지역경제 등을 주제로 한 강연과 약간의 질의응답이 있었다.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아 강연은 촘촘하게 진행되었고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손으로는 바쁘게 메모를 하면서도 새롭게 듣는 사실에 혼란을 느끼기도 하고 중간중간 시미즈 교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시미즈 교수는 후쿠시마 핵사고에 대해 그간 내가 알던 수준만큼 심각한 진단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사고 이후 원자로에서 열흘간 화재가 계속된 체르노빌 핵사고의 경우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방출되어 넓은 지역에 걸쳐 대량의 방사능 피해가 발생한 반면, 후쿠시마 사고는 손상된 핵연료의 양의 훨씬 많지만 방사능 물질이 대부분 격납용기 안에 있어서 그만한 피해가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는 오염수 누출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오는 특수 사례라고도 했다. 그는 두 사고 간의 가장 큰 차이는 인근 주민들에 대한 정보의 전달이라고 말했다. 과거 구소련 체제 하의 체르노빌 사고 당시는 후쿠시마 핵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고 대응(주민 대피)이 늦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방사성 물질의 대기 중 방출량과 오염 지역의 면적, 그리고 그에 따른 농축산물 오염은 물론 늦은 대응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폭 피해 등을 종합해서 후쿠시마 핵사고의 피해 규모는 체르노빌의 그것보다 훨씬 작다는 것이다. 

시미즈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누출 문제를 심각하게 언급하기는 했지만, 끊임없는 조작과 은폐로 일관해온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에 대해 내가 기대하던 만큼의 비판을 쏟아내지는 않았다. 또한 식품 방사능(내부피폭) 문제에 대해서도 시미즈 교수는 엄격한 검사를 통해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후쿠시마의 식품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의 어느 생협에서 후쿠시마 현에 거주하는 100가구를 조사한 결과 그들이 먹는 식품에서 수준 이상의 세슘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오히려 유럽의 토양 오염이 심각해 유럽의 식품 방사능 안전 기준보다 일본의 그것이 훨씬 더 낮게 관리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실제로 기준표를 보면 우유에 대한 EU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시 등의 기준은 일본의 그것보다 상당히 느슨한 수준이었다.

이쯤되니 나는 시미즈 교수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혼란스러워졌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내용들은 다 뭐란 말인가? 이 교수가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 맞나? 본인이 후쿠시마에 살고 있으니까 사태를 축소해 자기 위안 삼는건 아닐까? 벼라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 이튿날인 오늘, 서울에서 있었던 시미즈 교수의 간담회를 기록한 오마이뉴스 기사 <"후쿠시마 신생아 600명 증가, 다 이유가 있다">를 읽고 나서야 얽혀 있던 마음의 실타래를 조금은 풀 수 있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공포와 위험만이 강조된 후쿠시마가 아니라 ‘아직 사람이 살고 있는’ 후쿠시마의 현재 모습이었다. 그동안 나는 일본, 그 중에서도 후쿠시마 지역은 완전히 죽은 땅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살 수 없고, 살아서도 안 되는, 그러나 정부와 미디어의 농간에 호도된 일본인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죽은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그런 곳 말이다. 하지만 간담회에 다녀오고 기사를 읽고 나니, 후쿠시마 지역과 후쿠시마산 농산물이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만큼이나 그곳이 완전한 죽음의 땅이라는 편견도 제대로 된 현실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관점에 따라 후쿠시마 핵사고 규모에 대한 진단은 다를 수 있다. 폭발한 원자로의 수와 손상된 핵연료의 양을 기준으로 하면 후쿠시마 사고는 체르노빌보다 훨씬 큰 규모지만, 주민들과 토양의 방사능 피폭 피해를 기준으로 보면 피해 규모는 더 적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를 어떤 식으로 진단하든 그 위험성을 아는 이들은 모두 똑같이 이야기한다. 핵발전을 그만둬야 한다고. (시미즈 교수는 원자로 연구까지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미즈 교수는 핵발전과 핵사고의 위험을 강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고 지역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일본은 이미 끝났다고 말하지만 앞으로도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 땅에서 살아갈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어디서 무엇을 먹든 방사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재료로 만들어진 수많은 가공식품부터, 국내에서 키운 작물에서도 세슘이 검출되고 있으니 정말 그렇다. 하지만 어떻게든 먹고 살아갈 것이다. 핵사고의 재앙을 겪고 있는 일본 사람들처럼 말이다. 오랜만에 길게 쓰니까 피곤하다. 아래 기사만큼은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후쿠시마 신생아 600명 증가, 다 이유가 있다” – [후쿠시마 그 후 3년 ②] 후쿠시마 대학 시미즈 슈우지 교수와의 간담회
Written by Joo-young H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