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 살리기 촛불기원행사

2004년 8월 18일 | 공지사항







지율스님 살리기 촛불기원행사에 들어가며



잔인하다.  
        참 잔인하다.





고 강경대와 고 이한열 열사를 죽인 것은 군사독재 권력이지만 최고 권력자가 직접 살인의 당사자는 아니었다. 그 원인을 추적하면 직접 살인과 마찬가지이겠지만 형법상 직접 살인의 죄를 통치자는 면할 것이다.

새로 임명 절차를 받고 있는 대법관 후보는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하는데 찬성한다고 했다. 재판관이 어쩔 수 없이 사형을 선고했을 때 그 재판관이 이후에 가질 마음의 고통이 너무 커기 때문이라는 것도 폐지의 한 이유로 내세웠다.

그런데 참 잔인하다.
이 정권은.

자신이 사는 집 앞에서 한 스님이 죽어가는데도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가 집행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인데도, 협상 아닌 협상안만 태연히 내어 놓고, 나몰라라 한다. 대선 때 자신이 한 말을 기억도 하지 못한다는 자세이다.
문득 전두환이 떠오른다.
김영삼씨가 단식 20여 일째였을 때, 과감하게 연금해제를 지시하지 않았는가. 자신의 최대 정적이고 자신의 권력을 빼앗을 적대자임에도 불구하고 단식으로 한 사람을 죽게했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비판과 자신 때문에 한 사람이 죽었다는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잔인하다.
자신에게 정권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과거의 죄상을 묻고자 하는 것도 아닌, 오직 산 하나의 가치를 지켜내고, 불자로서의 양심의 요구에 상응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인 스님의 요구를 모른 체하고 이제 그 스님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으니. 참 잔인한 사형집행자의 태도이다.

고속철 공사를 환경영향평가 후에 실시하라는 요구가 그렇게 두려운가. 두려울 수 있겠다. 다른 국책사업들이 그렇게 되면 성사되기 힘드니. 그렇다 . 국책사업은 그렇게 힘들어야 한다. 수도를 옮기고 . 바다를 메우고, 산을 깍고 하는 일들을 쉽게 해서야 되겠는가. 하나밖에 없는 조국이 아닌가. 하나밖에 없는 금수강산이 아닌가. 힘들어야 한다. 환경을 면밀히 따져야 하고, 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국민의 합의가 구해져야 한다.
어디 그 일이 몇몇 이해 관련자들인 관료와 기업체의 적당한 계약에 의해서 시행될 일이냐. 국회의원 당선과 낙선을 염두에 두고 펼져질 일인가 말이다.

그런데 잔인하다. 이런 요구에는 무응답이다. 죽음으로 물어도 답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너무현 정권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려 한다.

수구 꼴통들에게 나라를 맡기지 않으려고 차선으로 선택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도 군부독재자들보다 나으리라는 기대를 포기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한다.
당신들보다 더욱 강하게 선택한다.

우리가 스님을 살릴 것이다.
강제로 단식을 풀게 해서 살리는 길은 스님을 두 번 죽이는 길임을 알기에 스님을 살리는 길은 하나밖에 없음을 우리는 안다.
그 일은

천성산 구간 고속철 공사를 최소한 6개월 기간의 환경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평가에 따라 재판부가 판단할 동안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부산 도롱뇽의 친구들은
8월 17일부터 무기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지율 스님 살리기 촛불 기원 행사를 하여 당신들로 하여금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참여정부를 내세운 당신들이, 그나마 이 땅의 유일한 당신들의 한때나마 지지자였던 우리들의 요구를 무시하면 역사가 당신들을 비웃을 것임을 믿으며 기원 행사를 시작한다.


지율스님 살리기 촛불기원행사

시      간: 8월17일부터 매일 밤 8시부터 10시까지
장      소: 부산시청 앞 광장
행사문의: 019-536-2090(황인열),  011-9528-5348(박현호)